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3%로 전격 인하함에 따라 시중 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연 4.00%에서 3.00%로 1.0%p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p의 금리인하 폭은 역대 최대치이며 연 3%의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역대 최저치인 3.25%(2004년 11월11일)보다 0.25%p나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 10월 9일과 27일 각각 0.25%p, 0.75%p를 인하한데 이어 지난달 7일 0.25%p의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지난 10월부터 이날까지 기준금리를 총 2.25%p 내렸다.

한은 또 총액한도대출 금리도 현행 2.25%에서 1.75%로 0.50%p 인하했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1%p 내린 것은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실물경기가 급격히 얼어붙고 국내외 주요기관들이 한국의 내년도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지난달 4.5% 증가에 머문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기준금리 인하 여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면서 한은도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50%로 0.75%p 인하해 195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주에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도 기준금리를 각각 0.75%p, 1.00%p 인하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고 있는데 비해 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가 결정됐다"면서 "금통위원들이 나중에 논의해 결정하겠지만 경기상황에 따라 기준금리가 추가로 내릴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이처럼 파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그동안 눈치만 보며 몸사리기에 바빴던 시중은행들도 더이상 금리 인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은행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1%p 내리기로 한 것에 대해, "어렵지만 잘 한 결정"이라며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가계 및 기업들의 대출금리 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일제히 긴급 회의를 열고 가계 및 기업의 대출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등,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경제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한은이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린 듯 하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사상 최대폭으로 단행한 것은 금융시장 안정이 생각보다 앞당겨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진정되는 기미가 보이는데다, 한은의 금리인하가 추가로 이뤄질 경우 기업들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며 "또한 가계 대출이자 부담도 상당폭 경감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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