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방대법원 훔쳐보기...지혜의 아홉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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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우드워드ㆍ스콧 암스트롱 지음│안경환 옮김│라이프맵 896쪽│4만5000원
우리나라에는 헌법재판소라는 헌법기관이 따로 있어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만,미국 연방대법원은 그 자체로 헌법의 의미를 최종 확정하는 권한을 지닌다. 곧 연방대법원이 헌법 해석을 통해 내리는 판결이 최고 정치규범이 된다.
9명의 대법관은 원고 피고 중 누가 옳은가보다 판결이 나라 전체에 미칠 영향과 미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더 중요시한다. 그러므로 연방대법원이 내리는 판결 하나하나는 물론 새 대법관 지명 기사에는 반드시 그의 성향을 분석하면서 미국사회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점치는 내용이 덧붙는다.
얼 워런 제14대 연방대법원장은 1953년 공화당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대법원장이 됐지만,그런 기대에도 아랑곳없이 그의 재임 16년간은 진보적 사법혁명의 시대로 평가된다. 흑백인종 차별 금지명령 외에도 법리의 근거보다 본질적 공정성을 중시한 그의 많은 결정 때문에 1968년 대통령에 당선된 리처드 닉슨은 연방대법원의 보수적 물갈이를 공언했다. 이렇게 해서 연방대법원은 닉슨 대통령이 든든한 보수라고 믿고 고른 워런 버거 후임 대법원장 아래 커다란 과도기를 맞는다.
이 책은 이런 시대적 변화의 초기,즉 버거 대법원장이 막 취임한 1969년부터 1976년까지 이뤄진 판결 가운데 낙태 권리와 사형제,음란물 규제 같은 시대적으로 진보의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결정들이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졌는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추적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특종으로 잘 알려진 워싱턴타임스의 봅 우드워드와 동료 기자였던 스콧 암스트롱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속도감 있는 글솜씨가 상당한 책 두께의 부담을 날려버린다.
책 제목의 9개 기둥은 워싱턴의 연방대법관 건물의 기둥 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9명의 대법관을 지칭한 말이다(실제 고대 그리스 신전을 옮겨다놓은 듯한 연방대법원의 정면 기둥은 8개씩 2열로 장중하게 늘어서 있다).1979년 출간된 영어판 원제는 '형제들(The Brethren)'.대법관끼리 서로 '형제 또는 자매'라고 부르는 관습 때문인데,미국 소설가 존 그리샴이 쓴 법정소설 중에도 '형제들'이란 작품이 있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
우리나라에는 헌법재판소라는 헌법기관이 따로 있어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만,미국 연방대법원은 그 자체로 헌법의 의미를 최종 확정하는 권한을 지닌다. 곧 연방대법원이 헌법 해석을 통해 내리는 판결이 최고 정치규범이 된다.
9명의 대법관은 원고 피고 중 누가 옳은가보다 판결이 나라 전체에 미칠 영향과 미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더 중요시한다. 그러므로 연방대법원이 내리는 판결 하나하나는 물론 새 대법관 지명 기사에는 반드시 그의 성향을 분석하면서 미국사회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점치는 내용이 덧붙는다.
얼 워런 제14대 연방대법원장은 1953년 공화당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대법원장이 됐지만,그런 기대에도 아랑곳없이 그의 재임 16년간은 진보적 사법혁명의 시대로 평가된다. 흑백인종 차별 금지명령 외에도 법리의 근거보다 본질적 공정성을 중시한 그의 많은 결정 때문에 1968년 대통령에 당선된 리처드 닉슨은 연방대법원의 보수적 물갈이를 공언했다. 이렇게 해서 연방대법원은 닉슨 대통령이 든든한 보수라고 믿고 고른 워런 버거 후임 대법원장 아래 커다란 과도기를 맞는다.
이 책은 이런 시대적 변화의 초기,즉 버거 대법원장이 막 취임한 1969년부터 1976년까지 이뤄진 판결 가운데 낙태 권리와 사형제,음란물 규제 같은 시대적으로 진보의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결정들이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졌는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추적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특종으로 잘 알려진 워싱턴타임스의 봅 우드워드와 동료 기자였던 스콧 암스트롱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속도감 있는 글솜씨가 상당한 책 두께의 부담을 날려버린다.
책 제목의 9개 기둥은 워싱턴의 연방대법관 건물의 기둥 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9명의 대법관을 지칭한 말이다(실제 고대 그리스 신전을 옮겨다놓은 듯한 연방대법원의 정면 기둥은 8개씩 2열로 장중하게 늘어서 있다).1979년 출간된 영어판 원제는 '형제들(The Brethren)'.대법관끼리 서로 '형제 또는 자매'라고 부르는 관습 때문인데,미국 소설가 존 그리샴이 쓴 법정소설 중에도 '형제들'이란 작품이 있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