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벌개진 지구가 애원했다…"날 좀 쿨하게 살게 해줘"...코드 그린-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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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프리드먼 지음│최정임ㆍ이영민 옮김│21세기 북스 592쪽│2만9800원
얼마 전 TV에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에 대한 보도를 봤다. 천국 같은 관광지가 아니라 물에 잠기고 있는 나라의 서글픈 운명에 관한 이야기였다. 서인도양의 또 다른 섬나라 몰디브 역시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급기야 국토 포기를 선언하고 주변 나라들에 이민을 받아주기를 애원하고 있지만 정작 이민을 허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있어도 취업이 가능한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지구적인 환경재앙 때문에 이른바 환경난민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산업다운 산업도 없이 어업과 관광으로 살아가는 이들 두 나라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산화탄소를 쏟아내지 않아도 남들이 쏟아낸 이산화탄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그야말로 '평평한' 지구의 종말을 가장 앞서서 보고 있다. 물론 ≪코드 그린-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의 저자가 말하는 '평평하다(flat)'는 중산층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 빗댄 것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국지적이 아니라 전 세계로 평평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베스트셀러 ≪세계는 평평하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쓴 저자의 최신작이다. 이번에는 세계가 점점 더 '뜨겁고,평평하고,붐비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지고(hot),경제발전으로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flat),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crowded) 지구가 위험할 정도로 불안정해지고 있다. 특히 뜨거움과 평평함과 붐빔이 한데 엉기면서 멸종하는 동식물이 증가하고 에너지 빈곤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은 9ㆍ11 사태 이후 방어태세로 일관하면서 패권국가의 리더십을 잃고 있다. 미국의 전 국토는 물론 해외 위험지역의 영사관과 대사관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드는 데만 급급했기 때문이었다. 1950~60년대 공산주의 위협에 맞서는 것으로 시작된 '코드 레드(Code Red)'는 그간 군사력과 산업기반을 늘리는 동시에 도로와 철도ㆍ항만ㆍ공항ㆍ교육제도ㆍ과학기술의 힘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켜 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이상주의와 혁신,자원봉사와 박애주의라는 거대한 물결이 사라지고 있고 9ㆍ11 사태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이제 코드 레드를 대신해 '코드 그린(Code Green)'이 하나의 미국적 가치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이 코드 그린으로 다시 패권국가의 리더십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분히 미국적 시각이기는 해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앞서지 않는다면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코드 그린은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에서 보다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와 시스템,에너지원과 윤리를 창출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석유와 석탄과 같은 '더러운' 화석연료 위주의 성장시스템에서 풍력이나 태양열과 같은 '깨끗한' 연료 위주로 모든 체제를 신속히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코드 그린에 앞장설 경우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따라올 것인가. 저자는 미국이 코드 그린에 입각한 새로운 성장 모델을 추구할 경우 세계가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의 미국적 가치와 이상을 스스로 실현하고 이를 다른 나라들에 전파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리라는 것이다.
미국이 코드 그린 전략에 성공할 경우 '새로운 의미의 성조기(new Red,White and Blue)'가 전 세계에 휘날리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군사적 의미에서의 경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ㆍ지구기후적 의미에서 경찰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올 것이라는 기대가 섞여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코드 그린 전략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도 인정하고 있다. 지루하지 않으면 그린혁명이 아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지금이라도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급효과가 혁명적이기는 해도 그린혁명의 진행 과정은 따분하므로 그린혁명에서 가장 필요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리더십이다. 따라서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상에서는 차기 대통령이 'CEO(Chief Energy Officer·에너지부문 최고책임자)'도 겸하는 것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월 건국 60년 기념식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새 정부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에 대처하는 동시에 관련 에너지기술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과 코드 그린 전략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최성환 대한생명경제연구원 상무 sungchoi@korealife.com
얼마 전 TV에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에 대한 보도를 봤다. 천국 같은 관광지가 아니라 물에 잠기고 있는 나라의 서글픈 운명에 관한 이야기였다. 서인도양의 또 다른 섬나라 몰디브 역시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급기야 국토 포기를 선언하고 주변 나라들에 이민을 받아주기를 애원하고 있지만 정작 이민을 허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있어도 취업이 가능한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지구적인 환경재앙 때문에 이른바 환경난민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산업다운 산업도 없이 어업과 관광으로 살아가는 이들 두 나라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산화탄소를 쏟아내지 않아도 남들이 쏟아낸 이산화탄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그야말로 '평평한' 지구의 종말을 가장 앞서서 보고 있다. 물론 ≪코드 그린-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의 저자가 말하는 '평평하다(flat)'는 중산층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 빗댄 것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국지적이 아니라 전 세계로 평평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베스트셀러 ≪세계는 평평하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쓴 저자의 최신작이다. 이번에는 세계가 점점 더 '뜨겁고,평평하고,붐비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지고(hot),경제발전으로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flat),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crowded) 지구가 위험할 정도로 불안정해지고 있다. 특히 뜨거움과 평평함과 붐빔이 한데 엉기면서 멸종하는 동식물이 증가하고 에너지 빈곤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은 9ㆍ11 사태 이후 방어태세로 일관하면서 패권국가의 리더십을 잃고 있다. 미국의 전 국토는 물론 해외 위험지역의 영사관과 대사관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드는 데만 급급했기 때문이었다. 1950~60년대 공산주의 위협에 맞서는 것으로 시작된 '코드 레드(Code Red)'는 그간 군사력과 산업기반을 늘리는 동시에 도로와 철도ㆍ항만ㆍ공항ㆍ교육제도ㆍ과학기술의 힘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켜 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이상주의와 혁신,자원봉사와 박애주의라는 거대한 물결이 사라지고 있고 9ㆍ11 사태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이제 코드 레드를 대신해 '코드 그린(Code Green)'이 하나의 미국적 가치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이 코드 그린으로 다시 패권국가의 리더십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분히 미국적 시각이기는 해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앞서지 않는다면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코드 그린은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에서 보다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와 시스템,에너지원과 윤리를 창출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석유와 석탄과 같은 '더러운' 화석연료 위주의 성장시스템에서 풍력이나 태양열과 같은 '깨끗한' 연료 위주로 모든 체제를 신속히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코드 그린에 앞장설 경우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따라올 것인가. 저자는 미국이 코드 그린에 입각한 새로운 성장 모델을 추구할 경우 세계가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의 미국적 가치와 이상을 스스로 실현하고 이를 다른 나라들에 전파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리라는 것이다.
미국이 코드 그린 전략에 성공할 경우 '새로운 의미의 성조기(new Red,White and Blue)'가 전 세계에 휘날리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군사적 의미에서의 경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ㆍ지구기후적 의미에서 경찰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올 것이라는 기대가 섞여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코드 그린 전략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도 인정하고 있다. 지루하지 않으면 그린혁명이 아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지금이라도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급효과가 혁명적이기는 해도 그린혁명의 진행 과정은 따분하므로 그린혁명에서 가장 필요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리더십이다. 따라서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상에서는 차기 대통령이 'CEO(Chief Energy Officer·에너지부문 최고책임자)'도 겸하는 것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월 건국 60년 기념식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새 정부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에 대처하는 동시에 관련 에너지기술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과 코드 그린 전략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최성환 대한생명경제연구원 상무 sungchoi@korealif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