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경기 상황이 매우 안좋은 상황에서 사상 최저 금리로 가는 것이 당연하다. 상황이 나빠지면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1%p 낮춰 연 3.00%로 결정한 것과 관련 기자브리핑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정책 하는 사람들은 가능성은 항상 열어둔다"며 "이 자리에서 그 가능성을 닫아두는 발언을 할 수는 없고 과연 우리나라에서 어느정도의 금리가 적절하냐는 것은 나라의 형편을 봐서 정해야하는 문제지 다른 나라의 것을 무턱대고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세계경제가 지금 생각보다 더 나빠지고 한국경제가 더 나빠진다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애 따라 항상 (추가 인하)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통상적인 3~5년 경기 사이클보다 현재 사이클이 더 깊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사상 최저 금리로 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자금 인출로 국내 유동성이 줄어들고 환율은 올라가는 등 금융의 상황이 좋지 않고 실물에서 오는 상황도 근래에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안좋다"며 "유동성 함정에 빠지기 전까지 최저 금리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사상 최대 인하폭인 1%p를 내려 연 3.00%로 결정한 것은 국내 경기의 내수부진 심화와 향후 성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최근 국내경기는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동안 호조를 보였던 수출도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반전하면서 예상보다 가파르게 둔화되는 모습"이라며 "생산면에도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부진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물가는 지난 7월 5.9% 이후 오름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석유류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오름세를 지속했다"면서 "아파트매매 가격은 하락폭이 다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 물가는 4.5%로 전월대비 0.3%p 하락한 반면 근원플레이션은 전년 동월대비 5.3%로 상승했다.

이 총재는 "경상수지는 상품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서비스수지도 적자규모가 줄어듦에 따라 개선 추세"라며 "향후 우리 경제는 국내외 금융 및 실물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내외수요 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성장 감속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