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능력은 현대ㆍ롯데ㆍ신한 順

자금시장 경색이 지금보다 심화돼 신규 자금 조달과 차입금 만기연장이 전면 중단될 경우에도 국내 신용카드사들은 1년가량 부도를 내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한신정평가가 작성한 '신용카드사의 펀더멘털과 유동성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신한 삼성 현대 롯데 등 4개 카드사의 현금성 자산과 차입금 규모를 바탕으로 추정한 순상환커버리지(차입금을 순상환할 수 있는 기간)는 9~15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석은 외부로부터 현금이 일절 들어오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30%씩 줄이고 할부판매도 50% 낮추는 등 영업규모를 조절해 현금 보유를 늘린다는 가정 하에 나온 것이다.

카드사별로 차입금을 순상환하면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현대카드가 15.7개월로 가장 길었다. 롯데카드는 14.2개월,신한카드는 11.3개월, 삼성카드는 9.4개월을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카드는 비상시 영업규모를 축소해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타사에 비해 적었으나 차입금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유동성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삼성카드는 차입금 규모가 큰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평가됐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매달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현대카드가 629억원으로 4개 카드사 중 가장 적었고 신한카드는 2565억원,롯데카드는 772억원, 삼성카드는 3277억원이었다.

안영복 한신정평가 연구위원은 "향후 실적 저하와 건전성 악화가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카드사들이 1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2003년 카드대란과 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낮게 본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