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공단 조선업체들과 맞춤형 교육과정을 통해 매년 선박설계 전공 학생 140명씩을 공급해온 전남지역의 A전문대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40명가량 채용 예정이던 C&중공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상태이고 다른 조선소도 사정이 어려워져 '채용을 못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올봄에 교육과정 계획서를 짤 때만 해도 기업이 사람을 못 구해 난리였는데 불과 몇 달 만에 상황이 이렇게 바뀔 줄 몰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학교는 조선업체들과 하던 연구개발(R&D) 사업도 내년에 모두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기업들이 잇달아 채용 규모를 줄이면서 산학협력 프로젝트도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A전문대처럼 기업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던 대학들은 기업들이 채용 중단을 선언하면서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신세가 됐다. 졸업생 일부를 채용하는 조건으로 해당 기업과 공동으로 특화된 과정을 운영해 왔는데 채용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트랙''만도 트랙' 등 기업 맞춤과정을 운영했던 경북대도 최근 하이닉스와 만도에서 "내년에는 학생 채용이 어렵다"는 언질을 받았다. 경북대 관계자는 "두 회사에 각각 10명씩을 취업시켜 왔는데 하이닉스는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자고 하고 만도는 아예 못 뽑겠다고 하더라"며 "그동안 수업을 들어온 학생들에게 뭐라 말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전했다.

창원에 있는 B기능대학도 기업들이 채용을 약속했다가 잇달아 취소통보를 하는 바람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 대학 관계자는 "IT(정보기술)업체인 S사의 경우 최근 학교에 찾아와 학생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면접까지 해서 5명을 채용키로 했다가 1명만 보내달라고 했다"고 하소연했다. 인하대 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내년이 더 문제"라며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모두 내년 채용이 있을지 없을지조차 정확히 말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채용 규모를 밝힌 곳도 솔직히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한 명이라도 더 취업을 시키기 위한 노력도 눈물겹다. 목포대 종합인력개발원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채용 공고가 올라온 것이 60~70건에 달했는데 올해는 30~40건으로 절반이 됐다"며 "차를 대절해 학생들을 태우고 서울까지 가 취업박람회를 찾아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