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외 지음│미래의 창 256쪽│1만3000원

불경기라고 무조건 매출이 줄어들기만 할까? 불황 속에서도 사람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소비 트렌드는 있게 마련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09≫에서 내년 소비 트렌드의 키워드로 '빅 캐시 카우(BIG CASH COW)'를 선정했다. 캐시 카우란 낙농업에 꾸준한 현금수입을 보장하는 소.경영학에서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부문을 말한다. 이 책에서는 내년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의 첫 글자를 모은 용어로 쓰였다. 저자들은 "내년은 행복이 자기 안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닫는 해가 될 것"이라며 '불황형 소비'를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이들이 제시한 10가지 트렌드 중 핵심도 '불황형 실존주의와 위안추구형 소비'다.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기능력을 계발하고,더 강한 정보력을 손에 쥐려 하며,달라진 역할 요구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법을 중시할 것이다. 또 불안을 털어내기 위해 집처럼 안전한 공간에서 시간을 즐기고,작은 행복의 소중함을 되새기며,활력과 웃음을 잃지 않기 위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다.

극심한 경기침체의 불안감 속에서 실존의 근원인 '자아'를 찾는 데도 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실존적 자아 찾기는 '급변하는 세계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자아를 적응시키려는 노력,자신만의 개성을 찾아 타인과 차별화하려는 노력,자기 내면으로 침잠함으로써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남 앞에서 초라해지지 않기 위해 취향을 고급화하거나 나도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중시하게 될 것이다.

특히 유례없는 저성장과 불황 속의 취업난은 '불안한 개인'의 자기계발 수요를 극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 노동력은 넘쳐나지만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한 고급인력은 부족한 '구직난 속의 구인난'이 계속되면서 지식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위로형 대중문화상품과 희망과 도전을 강조하는 책 등이 주목받을 것이며,모두들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미지 컨설팅 산업도 뜰 것으로 예상된다.

자녀 교육이나 가사노동에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이들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서비스산업이 떠오를 것이다. 이미 남성 전용 부엌 가구 브랜드가 등장한 상태에서 남편이나 '돌싱남'을 위한 가사상품인 '우렁(색시) 가전'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실이 팍팍할수록 과거의 향수가 진해진다는 점에서 '추억산업'도 급부상할 것이다. 경제적 여건이 나빠질 때 소비자들은 좋았던 옛 시절의 기억을 사서 위안을 얻으려 하기 때문에 추억을 파는 산업,과거 회상형 광고ㆍ드라마 등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들의 전망은 미시적이면서도 거시적이다. 글로벌 시장의 큰 흐름을 씨줄로 삼고 한국 소비자들의 수요변화를 날줄로 삼아 인간과 상품의 수급논리를 촘촘하게 엮어낸다. 그렇다. '삶이 계속되는 한 소비도 계속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