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야당이 새해 예산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던 시한이 오늘이다. 하지만 어제 오후 여야간 대립으로 예산안 심사가 중단되는 등 처리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어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한나라당은 합의가 안될 경우 강행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민주당은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며 맞서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민주노동당은 어제 오후 법사위원회 회의실을 점거(占據)하는 등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드는 한심한 작태를 벌이고 있다.

최대 쟁점은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의 삭감 규모로 한나라당은 5000억원 이상 깎을 수 없다고 버티는 반면,민주당은 최소 3조원을 삭감해 실업수당,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에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문제 삼아 예산안 처리 시한에 대한 스스로의 약속을 팽개치려는 민주당 처사는 납득하기 어렵다.

내년 나라살림 규모를 결정하는 예산안 처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지금은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이고,민생의 고통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비상한 국면이다. 하루라도 빨리 예산안을 처리해 재정지출을 늘림으로써 더 이상 경기가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다급한 실정이라는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새해 예산안은 이미 지난 2일의 법정 처리시한을 넘기고 지금까지 허송세월만 해왔다. 예산안 통과 다음 날부터 바로 재정지출이 집행돼야 할 정도로 하루가 급한 마당에,예산안 처리가 미뤄지면 경기부양(浮揚)을 위한 재정투입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일자리 창출,저소득층 및 중소기업 지원 등도 지연된다. 시간을 놓치게 되면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으면서도 기대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오늘 반드시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안될 이유다. 지금은 비상한 위기 상황이다. 우선 여야가 예산안을 먼저 처리해 정부로 하여금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정책의 대응수단을 최대한 강구토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선제적인 대응은 못하더라도,국회가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아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지금 예산안이 처리되더라도 한참 늦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