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빅은 필리핀에서 알아주는 휴양도시다. 아시아 최대 규모였던 미 해군기지가 45년 만인 1992년 철수하면서 특별경제자유지역으로 개발된 곳으로,다양한 해양레포츠와 밀림트레킹까지 겸할 수 있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빅 지역 내 골프장은 1곳.미군이 사용하던 수빅베이CC다. 인근 클라크의 5개 골프장과 연계한 한겨울 원정라운드 중심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다양한 색깔의 18홀 코스
수빅베이CC는 수빅 중심가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해 있다. 18홀 규모로 파72에 전장 6747야드.우리나라 산정호수CC를 설계한 골프천재 데스몬드 뮤어헤드가 디자인했다. 지난 6월 하나투어 자회사인 하나골프가 운영권을 확보했다. 하나골프는 내년 봄 기존 코스를 전면 리뉴얼하고 9홀을 추가해 27홀 규모로 확장할 예정이다. 골프장 주변에 페어웨이 빌라콘도와 호텔까지 세울 계획이다.
수빅베이CC는 '컬러풀한 골프장'으로 입소문을 타왔다. 투명한 햇살과 검푸른 바다 그리고 진홍빛 석양과 푸른 초원의 절묘한 색상 배합이 일반 골프장답지 않은 화려함을 자랑한다는 뜻이다. 필리핀의 굴곡진 역사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는 코스는 주말 골퍼들이 라운드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를 갖고 있다는 평이다.
페어웨이는 대체로 좁은 편이지만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열대 정글 사이로 넘어가는 기이한 페어웨이 굴곡과 시원한 호수가 라운드의 묘미를 더해준다. 가끔은 숲속에서 노니는 야생의 원숭이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코스 곳곳에 숨겨 놓은 복병을 잘 살펴야 한다. 그린이 보이지 않는 5개의 도그레그홀과 넓지 않은 그린에 낭패를 볼 수 있다. 까다로운 워터해저드와 70여개의 벙커 또한 만만히 볼 수 없다. 정글 안이나 가장자리의 러프는 반드시 피해야 할 장애물이다.
◆여성의 몸매를 형상화한 7번 홀
4번 홀은 짧은 파4 홀이지만 창의적인 플레이를 요구한다. 그린 왼쪽 둔덕에 벽이 꽤 높은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대개의 주말골퍼들이 점수를 까먹는 블랙홀로 이 벙커를 피해 그린에 올리는 게 관건이다.
7번 홀이 이 골프장에서 가장 유명한 홀이다. 그린 100야드 앞 좌우에 봉긋이 솟은 둔덕이 있는데 그 모양새가 여성의 커다란 젖가슴을 닮았다고들 한다. 코스공략은 무난해 만만히 볼 수는 없다. 페어웨이 오른쪽에는 호수가,왼쪽에는 정글이 있어 티샷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공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봉우리 사이로 보이는 깃대 위치를 확인하기 힘든 것도 그렇다. 평균 스코어는 보기다.
마지막 18번 홀은 정면으로 보이는 숲을 넘겨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 티샷으로 220야드를 치면 5,6번 아이언 거리가 남아 2온을 시도해볼 수 있다. 그러나 욕심은 금물.자칫 우측으로 빠질 수 있고,나무숲으로 직행,턱걸이 3온도 보장할 수 없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