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경제 한파에 소외된 이웃 깊은 시름

나눔경영 실천하는 '완소기업' 많아지기를

사회공헌활동 등 나눔 경영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나눔 경영은 단순히 '생색내기용'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중요한 경영활동으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이제 기업들에 나눔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최고경영자(CEO)의 경영관을 들여다보면 짐작이 간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기업으로 발전하는 것이 SK가 나아가야 할 변화의 방향이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4년 '뉴 SK를 향한 재도약'을 선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 뒤 SK는 스스로를 '기업시민'으로 자처하며 행복 나눔이란 경영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이웃 속으로 파고드는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를 통해 인류의 발전을 돕고 인간의 행복을 추구해 '함께 움직이는 세상'을 실현해야 한다. "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늘상 사회로부터 사랑을 받은 만큼 '기업 시민'으로 책임을 다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기업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아무리 어려워도 사회공헌 예산을 줄이지 말라고 경영진에 주문한 것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은 10년 만에 몰아친 경제한파 속에서도 소외이웃과 함께하는 나눔경영 활동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대기업 총수들의 나눔경영철학도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기업경영 구석구석으로 녹아들고 있다.

최근 들어 기업들은 앞다퉈 사회공헌 전담 부서를 신설,창의적이고 차별화된 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1994년 국내 기업 최초로 사회공헌 전담조직인 삼성사회봉사단을 설립한 삼성그룹은 2006년부터 사회봉사 전담 CEO를 별도로 임명하고 있다. 그룹 소속 변호사들로 구성된 삼성법률봉사단,삼성서울병원 의료진으로 이뤄진 삼성의료봉사단 등은 다른 기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회공헌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그룹은 나눔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복지ㆍ문화ㆍ교육ㆍ환경ㆍ언론 등 분야별로 전문화된 5개 공익재단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공익 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사회공헌활동 패러다임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기부'에서 '자립 지원'으로,'자선'에서 '참여'로 나눔 경영의 방향이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자립의 토대를 마련해주는 SK그룹의 '행복 일자리' 창출사업과 장애인들의 히말라야 원정을 지원한 STX그룹의 후원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양세영 전경련 사회협력본부장은 "주요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과 비용을 꾸준히 늘려가면서 나눔 경영은 이제 일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최근 들어 불어닥친 경기한파로 고통받고 소외된 이웃들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나눔 경영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