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다섯살 난 유치원생 딸을 둔 주부 이수연씨(34ㆍ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이씨는 지난 10일 딸 연우의 유치원 친구 5명과 엄마들을 집으로 불러 파티를 열었다. 유치원 같은 반 친구 엄마들이 매달 한집씩 돌아가며 홈파티를 여는 데,이번에는 연우네 차례였다. 이씨는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것을 직접 물어봐서 머핀,파스타,쿠키,치킨(닭다리) 등을 준비했다. 총비용은 3만2000원.아이들은 이씨가 차려준 음식을 맛있게 먹은 뒤 장난감도 갖고 놀고,책도 보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그 사이 엄마들은 와인을 한잔씩 나누면서 육아 정보로 얘기꽃을 피웠다. "요즘은 나가서 먹는 것 못 믿겠어요. 홈파티는 음식 만드는 일도 재미도 있고 적은 비용으로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어 다들 좋아합니다. " 이씨의 말이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을 둔 주부들 사이에서 홈파티가 인기다. 특히 겨울방학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는 요즈음 자녀들을 위한 홈파티를 염두에 두고 있는 주부들이 많다. 홈파티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직접 만든 안전한 음식을 먹일 수 있고,친숙한 장소에서 시간 제약 없이 놀 수 있게 해 주는 게 매력이다.



◆'엄마표' 홈파티 열풍

지난해까지만 해도 초등학생들의 이벤트 무대는 단연 패밀리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점이었다. 하지만 최근 아이들 모임의 장소는 '~네 집'으로 바뀌는 추세다. 서울 방배동에 사는 강현정씨(37)는 얼마 전 딸(9)의 생일 파티를 집에서 치렀다. 당초 키즈카페에서 생일상을 차리려고 했지만 비용이 10만원을 크게 넘는 데다 음식도 신뢰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대신 집 주변의 생활협동조합 매장에서 산 친환경 재료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떡꼬치,맛탕 등을 만들어 내놨다. 강씨는 "키즈카페에서 파티를 하는 것보다 비용도 한결 덜 들고 아이들도 정말 좋아했다"고 말했다.

홈파티를 위해 관련 강좌를 수강하는 주부들도 늘고 있다. 인천 연수구 청학동에 사는 서윤정씨(40)는 연말을 맞아 연수구청에서 마련한 홈파티 강좌를 듣고 있다. 서씨는 "이달에만 첫째와 둘째 아이를 위한 홈파티를 각각 열어 줬다"며 "아이들이 친구들과 더 돈독해져 (파티 열기를)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홈파티의 형태도 진화하고 있다. 생일이 비슷한 반 친구들이 함께 파티를 열거나,각자가 음식을 가져와 나눠먹는 포트럭(potluck) 모임도 활성화되고 있다. 엄마들에게는 홈파티가 학습정보를 교환하는 네트워크 형성의 기회도 된다.


◆쿠키ㆍ떡볶이ㆍ핫도그가 인기 메뉴

요리사이트 '다소마미'(www.dasomammy.com)를 운영하는 주부블로거 유경아씨는 "어린이들은 가볍게 집어 먹을 수 있는 '핑거푸드'를 좋아한다"며 홈파티 메뉴로 쿠키와 머핀,떡볶이 등을 추천했다. 쿠키는 유기농 밀가루에 미숫가루를 넣거나 설탕 대신 꿀을 넣은 허니쿠키처럼 레시피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 떡볶이도 고추장에 토마토케첩이나 물엿을 추가하면 어린이 입맛에 맞는 간식이 된다. 떡볶이 떡에 베이컨을 말아 프라이팬에서 베이컨이 익을 정도(오븐의 경우 200도에서 5~10분)로 구으면 아이들이 보기만 해도 군침을 흘리는 떡꼬치로 변신한다.

홈파티업체 테리&가드너의 전소영 실장은 가정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메뉴로 치즈스틱과 미니 핫도그를 꼽았다. 치즈스틱은 튀기기만 하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요리다. 전 실장은 "치즈스틱을 탑처럼 높게 블록쌓기를 하는 등 조금만 변화를 줘도 아이들이 훨씬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미니 핫도그는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핫케이크 가루에 우유 계란을 넣어 반죽한 뒤 기름에 튀기면 완성.핫도그에 예쁜 리본만 묶어줘도 파티용 음식으로 재탄생된다.

음식 만드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홈베이킹믹스를 사다가 손쉽게 파티 준비를 할 수 있다. 삼양사의 '큐원 홈베이킹믹스',CJ제일제당의 '백설 홈베이킹믹스' 등은 각종 재료가 잘 섞여 있어 요리가 간편하다. 음료는 제철 과일에 우유 꿀 등을 섞어 갈아 만든 생과일 주스를 시도해볼 만하다.


◆테이블보 깔고 풍선도 달고

성공적인 홈파티를 위해서는 밋밋한 집안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필수다. 만화 캐릭터를 주제로 장식하고 풍선만 몇 개 달아도 홈파티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또 일회용 테이블크로스(테이블보)를 사서 식탁에 깔고 그 위에 도톰한 색지나 한지 등을 직사각형으로 잘라 각자 자리에 놔주는 것도 좋다.

풍선이나 각종 용품은 파티용품 전문점과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뒤 거실이나 방에 손쉽게 설치할 수 있다. 숫자카드,마술카드 같은 놀이나 '페이스 페인팅'도 분위기를 띠우기에 안성맞춤이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려진씨는 "크리스마스 트리 밑이나 식탁에 아이들 이름을 쓴 선물상자를 놔두고 파티가 끝난 뒤 각자 선물을 뜯어보게 하면 파티의 흥을 한층 돋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글=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