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건강과 성 박물관'‥ 설국을 녹이는 '후끈한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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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토요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건강과 성(性) 박물관'을 찾았다. 그날 제주에는 큰눈이 내렸다. 공항터미널 문을 열고 나와보니 눈 닿는 곳 어디나 하얀 눈에 덮여 있다. 나그네로서는 '설국'(雪國)에 온 것처럼 좋았지만,'폭설에 박물관 영업이 될까'싶은 생각에 취재랍시고 찾아가야 하는 기자 입장에선 살짝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 입구에서 만난 정규수 S메카(박물관 운영회사) 부사장은 "무슨 말씀을… 우리 같은 박물관은 오늘 같은 날이 '대목'"이라고 했다. 폭설로 한라산 입산이 통제되고 골프 라운드도 불가능하게 되자 제주도 현지 가이드들이 일정이 펑크난 관광객을 박물관으로 많이 데리고 온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박물관 안에는 골프복 또는 등산복을 입은 40~50대 중년 남녀들이 어림잡아 100명은 넘어 보였다. 다소 '민망한' 전시물들 앞에서 깔깔대는 모습이 사춘기 소년소녀처럼 천진난만한 모습.성에 대해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 힘든 분위기에서 성장한 세대라서인지 그들에게는 이 박물관이 놀이와 교육 그리고 정보가 결합된 '에듀테인먼트'이자 '인포테인먼트'의 현장이었다.
박물관은 김완배 S메카 회장이 3년여에 걸쳐 120억원을 투입한 끝에 2006년 3월 개관했다. 단일 시설물로는 세계 최대 성 박물관으로 알려져 있다. S메카 측은 지난해에만 16만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이필진 경영총괄부장은 "버스를 타고 제주도를 도는 단체 패키지 관광객을 유치하지 않고도 거둔 성과"라고 했다.
전시실로 통하는 입구에 들어서자 우선 '사랑과 성 역사의 터널'이 등장했다. 미국의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와 메이저리그 전설의 타자 조 디마지오의 사랑 등 세기의 커플 간의 러브 스토리가 양쪽 벽면으로 펼쳐졌다. 여기선 반드시 박물관 학예사를 불러 달라고 해서 설명을 들어보자.사진 속 스타들의 성과 사랑에 얽힌 뒷얘기가 훨씬 더 재밌다. 터널을 빠져나오니 '첫날 밤 훔쳐보기' 코너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신방처럼 차려진 문 창호지를 뚫은 구멍 사이로 영상물이 보였다. 전통 혼례 뒤에 치러지는 새신랑 새신부의 첫날밤 의식을 '실감나게' 찍은 동영상이다. 청각 자극을 경험해보는 '폰섹스 체험 부스'도 이색적이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리는 전화기도 있었는데 중년 여성들이 서로 차지하겠다고 티격태격한다.
막바지에는 일본의 남근숭배문화를 상징하는 조형물인 '도조신'(道祖神)과 신윤복이 그린 춘화,성의 비기(泌技)를 총망라했다는 인도 카마수트라 그림도 등장했다. 중국의 전족 문화(4살 때부터 여성의 발을 작은 버선 안에 넣고 꽁꽁 싸매서 길이가 9㎝를 넘지 않도록 조이는 풍습)에 숨겨진 비밀까지 알게 됐다.
야외 정원도 볼 만하다. 정갈하게 단장된 야자수와 하나하나 대리석으로 깎아 만든 각종 조각상 등 사설박물관 치고는 조경이 꽤 잘돼 있다. 이 부장은 "전시관 건물에 들어와야 입장료를 받기 때문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정원만 구경하고 가는 관광객도 있다"며 "들어올 때는 입장료가 비싸다고 하다가도 나갈 땐 대부분 만족해서 떠나니까 안으로 들어와서 관람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어른 9000원,장애인ㆍ군경ㆍ노인 7000원.
(064)792-5700
제주=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 제주도 우수관광 사업체 ]
건강과 성 박물관은 제주도가 선정해 지난 13일 발표한 도내 26곳의 우수관광사업체 중 하나로 뽑혔다. 관광객을 가장해 방문한 평가단이 시설 및 서비스를 평가하는 '미스터리 샤퍼' 방식으로 우수관광사업체를 선정했다.
◆역사ㆍ문화형(6곳)=제주민속촌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평화박물관 제주해녀박물관 제주항일기념관 삼성혈
◆전시시설형(7곳)=테디베어뮤지엄 건강과성박물관 아프리카박물관 서귀포감귤박물관 제주현대미술관 프시케월드 신영영화박물관
◆체험ㆍ공연형(1곳)=퍼시픽랜드
◆옥외시설형(12곳)=생각하는정원 한림공원 휴애리 일출랜드 소인국테마파크 방림원 제주허브동산 여미지식물원 석부작테마공원 제주돌문화공원 김녕미로공원 러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