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낙산공원] 그곳에 가면 연극 보고…공원길따라 사랑도 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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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할인 혜택에 맛집까지 찾아가면 OK!
추위 때문에 몸을 옹송그리게 되는 계절입니다. 겨울 바람에 버석거리는 감성을 충전하고 싶을 때,대학로에서 공연을 즐기고 낙산공원에서 서울을 조망해 보는 건 어떨까요.
대학로 구석구석에는 극장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대학로 극장 대부분은 소극장이어서 객석 뒷편에 자리잡는다고 해도 무대 위 배우들의 열정이 훅 끼쳐옵니다. 그때문에 겨울의 소극장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보고 싶었던 작품이 있다면 표를 예매해서 극장으로 가 봅시다. 알뜰한 나들이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공연 예매 사이트나 문화 관련 사이트 및 블로그를 통해 이런저런 할인 정보를 미리 챙겨두세요. 사랑티켓 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면 언제 출연하는지 날짜를 확인하는 일도 필수입니다.
공연을 전후해 시간이 남는다면 근처의 낙산공원에 들러 산책을 즐겨보세요.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와 마로니에 공원을 따라 조금 걷다보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건물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이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볼 수 있습니다. 이정표를 따라 걸어 오르면 쇳대박물관이 나오고 왼쪽편으로 조금 걷다가 낙산공원길을 따라 올라가면 공원 입구가 보입니다. 산모양이 낙타의 등을 닮았다고 해서 낙타산(일명 타락산) 또는 낙산이라고 불리는 공원입니다.
공원 중앙광장에서 오르막길을 따라 걸으면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버스럭거리는 단풍에는 아직도 가을의 흔적이 남아 있고,바람이 그 사이를 재게 왔다갔다하는 앙상한 나무들에서 겨울을 실감 합니다. 취향대로 갈림길을 골라 10~15분 정도 더 올라가면 서울 성곽이 나옵니다. 사적 10호로 지정된 성곽은 조선 태조 때 전쟁에 대비하고 도적을 방지하기 위해 쌓은 것입니다. 원래 흥인지문,돈의문,숭례문,숙정문 등 4대문은 서울 성곽에 난 문이었습니다. 식민지 시기와 전쟁을 거치며 성곽은 많이 파괴되었지요. 1970년대 사업을 거쳐 복원된 성곽을 낙산공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성곽을 따라 걷다가 눈을 돌리면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날씨가 맑으면 더 멀리 보입니다. 걸터앉아 쉴 수 있는 공간도 제법 마련되어 있습니다.
여유가 되고 일행이 있다면 낙산공원에서의 야경 감상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밤이 되면 서울을 빼곡하게 메운 건물들에 하나둘 불이 켜지고,어둠이 깔릴수록 도심은 빛으로 가득찹니다. 남산까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오는 낙산공원은 출사지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참,낙산공원길은 오르막이라 이왕이면 신발은 편하게 신는 게 좋겠습니다.
아기자기한 맛집을 원한다면 대학로 질러홀 부근에 있는 '골동면'(02-764-5113)을 찾아가보세요. 규모가 작아서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띕니다. 골동면,김치말이밥,잔치국수,주먹밥 등이 아담한 그릇에 담겨나옵니다. 가격대는 주메뉴가 4000~5000원대로 저렴한 편입니다. '골동면' 부근에 있는 '로즈하우스'(02-747-0468)도 들러볼 만한 찻집입니다. 이름처럼 화사한 분위기에 홍차 등 여러 차를 8000~9000원대의 아기자기한 티세트로 즐길 수 있습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사진 임대철 인턴 photo@hankyung.com
…> 대학로 추천 공연 4선
◆창작뮤지컬 '빨래'=일상적이고 사소한,귀찮고 지겹기도 한 빨래를 통해 작은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뮤지컬입니다. 27세 아가씨 나영은 빨래를 널러 옥상에 올라갔다가 이웃집에 사는 몽골 청년 솔롱고를 만나게 됩니다. 바람에 날려 이웃집으로 넘어간 빨래가 이들의 중신아비 노릇을 합니다. 강원도와 몽골에서 와 이웃이 된 청춘남녀는 그렇게 천천히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이들 외에도 평범한 이웃들의 사연이 작은 무대 위에서 정겹게 펼쳐지는 작품입니다.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오는 31일까지.토요일 오후 3시ㆍ7시,일요일 4시 공연.
◆창작뮤지컬 '카페인'=소믈리에와 바리스타의 사랑 이야기를 상큼하고 향기롭게 다뤘습니다. 바리스타 세진에게 1년 전 헤어진 남자친구의 결혼 소식이 날아옵니다. 우울해진 세진은 자신이 일하는 레스토랑 게시판에 사랑에 대한 생각을 적어둡니다. 그런데 새로 이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된 소믈리에 지민이 그걸 보고 반론을 써놓습니다. 게시판으로 신경전을 벌이던 두 사람,그러다 지민이 손님으로 위장해 세진을 만나면서 이 관계는 전환을 맞습니다.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내년 2월 28일까지.토요일 오후 3시ㆍ7시,일요일 2시ㆍ6시 공연.
◆창작뮤지컬 '오!당신이 잠든 사이'=대학로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입니다. 눈내리는 겨울 거동이 불편한 척추마비 환자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이 환자를 다큐멘터리에 출연시켜 병원 기부금을 모아볼 생각이었던 병원장 베드로는 당황하며 그의 거취를 수소문합니다. 2005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온 작품이고 작품의 시간적 배경도 마침 겨울이네요. 대학로 예술마당 4관에서 내년 2월 28일까지.토요일 오후 4시ㆍ7시,일요일 3시ㆍ6시 공연.
◆연극 '아타미 살인사건'=일본 아타미 해변에서 한 여성이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공장 노동자와 성매매 여성의 치정 때문에 벌어진 살인 사건이라니,지극히 통속적인 일로 보입니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면서 등장하는 용의자의 만만치 않은 면모 때문에 수사는 쉽지 않습니다. 일본을 배경으로 한 이국적인 연극을 맛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중앙대 공연영상예술원 소극장에서 내년 1월 11일까지.주말 오후 4시ㆍ7시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