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물타기' 전략 유망…손절매는 금물
재야고수들 투자지식 '기부' 위해 뭉친 이상
위험 지적하고 쉴때는 쉬라고 분명히 말할것
최근 주식시장의 화두는 직감과 본능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같은 밸류에이션 지표가 의미를 상실해가면서 각종 데이터를 통한 주식시장 분석이 먹히지 않고 있다. 어느 때보다 동물적인 생존 능력이 중시되면서 평범한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에 대처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직감과 본능을 무기로 하는 재야고수들로 구성된 '외인부대'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비제도권 에선 처음으로 '리서치센터'를 만들고 제도권에 도전장을 던졌다. 새빛인베스트먼트 리서치센터장을 맡아 외인부대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 '무극선생' 이승조씨(50)다.
그는 대우증권 출신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한경와우TV와 팍스넷 등에서 '평택촌놈' '시골의사' 등과 함께 재야고수로 왕성한 활동을 해온 인물이다. 제도권과 비제도권 경험을 모두 갖춘 그는 중용을 뜻하는 '무극선생'을 필명으로 삼았다.
이 센터장은 "15~25년간 현장에서 살아남은 재야고수들이 각각의 능력을 살려 제도권의 문제점을 꼬집고 개인투자자들에게 살아남는 방법을 제시해줄 것"이라며 "내년 1월 중순께 나올 첫 보고서부터 제도권과 달리 시장의 위험이 있으면 과감히 지적하고 쉬어야 할 때는 쉬라는 말을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야고수들이 뭉친 것은 사업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은 투자지식을 투자자들에게 '기부'해야겠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물론 투자 컨퍼런스도 모두 공짜라는 것이다.
그가 대가 없이 나선 것은 개인투자자로서 그 스스로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았기 때문이다. 1984년 대우증권 조사부에 입사한 그는 1990년 한 종목에 원금 5000만원을 투자해 45억원으로 불렸다. 큰 돈을 쥔 그는 결국 전업투자자의 길을 가기로 결심하고 91년 퇴사했다. 하지만 1992년 그는 전 재산을 주식으로 모두 날리고 빈털터리가 됐다. 증권사 재취업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3년가량을 백수로 지냈다.
이 센터장은 "큰 돈을 벌었다가 한순간 에 다 날리고 직장도 없이 정말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며 "하지만 그때 미국 투자 역사를 비롯해 주식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이 밑천이 됐다"고 회고했다. 1994년 말께 입사한 동방페레그린증권도 외환위기 때 망해 그는 다시 재야로 나왔고 1990년대 말 변동성 장세에서 또 다시 큰 돈을 벌었다. 재기한 후인 2000년부터 투자 규모를 줄이고 개인투자자를 위한 재야고수로 활동해왔다.
이 센터장은 "외환위기 이후 변동성이 큰 장에서 주식으로 부자되는 투자자들이 꽤 많았다"며 "내년에도 변동성이 무지하게 커지는 질곡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참고 견디면 3년 안에 또 다시 떼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의 단타 매매가 내년에도 성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식으로 성공하려면 매매를 자주 하지 말아야 한다"며 "정말 유망한 종목에 투자한 후 빠질 때 3번에 나눠 추가 매수하면서 장기투자해야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손절매는 금물이며 오히려 계획된 '물타기'를 하는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년 이내 망하지 않는 우량기업을 타깃으로 하고 첫 투자 단가보다 30% 떨어지면 추가로 사고,거기서 또 30% 떨어지면 그만큼 다시 사는 '강심장' 투자전략이 성공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애초에 투자금을 3번으로 쪼갠다는 원칙을 갖고 기계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9년을 '적자생존 승자독식'의 해로 표현했다. 이 센터장은 "내년은 험난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무너지는 시장을 독식할 1등 기업들의 성향과 패턴을 분석해 주가가 낮을 때 사서 높을 때 파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또 "대기업들의 강력한 구조조정 속에 유망사업만 쪼개고 붙이는 일들이 빈번해질 것"이라며 "삼성그룹으로 보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테크윈 삼성엔지니어링 등 4각 체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지수 전망은 큰 의미가 없지만 내년 지수 상단을 1300~1500선으로 잡고 위기 감지구간을 1000~1050선으로 제시했다. 그는 코스피 900선에서 1차 저점은 형성됐다고 보며 내년 1월이나 2월 비관론이 팽배할 때 스마트 머니가 유입돼 1분기 내 코스피지수가 1300 정도까지 올라가는 의외의 상승장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고수들의 투자 직감이나 생존 본능도 투자자들에게 전수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이 센터장은 현재 '지적 금융전사'라고 부르는 제자 10여명을 집중 교육시키고 있고 3명은 이미 증권사에 취업했다. 그는 "제자들에게 매매기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투자 본능이나 현장 경험 등을 집중적으로 전수하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에게도 그들이 접하기 힘든 현장 감각과 시각을 전수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사진=임대철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