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매거진 0100] '쪽방촌'의 소박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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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쪽방촌'이란 곳을 아십니까? 두 다리를 펼 수 없을 만큼 비좁은 공간에서 우리의 이웃들이 모여사는 집단거주지역인데요, 차마 집이라고 조차 할 수 없는 곳입니다. 날씨가 추워질 수록 더욱 깊어만 가는 쪽방주민들의 시름과 집에 대한 소박한 희망을 부동산팀 안태훈 기자가 담아왔습니다.
서울의 중심가 종로.
대로변을 뒤로 후미진 골목길에 들어서면 2~3층짜리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 또한 비좁기는 마찬가지.
추운 겨울에 내리는 비가 이곳에 사는 이들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실제 쪽방주민들의 생활은 어떨까? 육십대 후반의 한 노인을 찾았습니다.
"동네 자체가 하루살이예요. 예를들어 만원 있으면 그날 다 쓰는 사람들만 살아서 술먹고 주정이나 하고 밤새도록 싸우고 이제는 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게 잘 안되요."
네살때 부모를 잃고 외롭게 살아온 김 씨는 한때 성실한 재단사였습니다.
하지만 열악한 근무여건으로 시력은 점점 떨어졌고 색조차 구별할 수 없게 됐습니다.
결국 직장을 잃었습니다. 노숙생활을 하다 건강도 악화됐습니다. 지금은 한달에 30만원 정도 나오는 장애인 보조금으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쪽방주민들은 이처럼 아프거나 하루하루를 힙겹게 살아가기 때문에 사실상 돈을 모을 수도 없습니다.
심장판막증으로 진통제를 먹으며 버텨가는 신상철 씨 또한 같은 처지입니다.
"돈은 모으질 못하죠. 모을 수 없어요. 왜그러냐면 일반적으로 월급타는 사람 모양으로 미화원 모양으로 계속하는 게 아니라 식당도 들어갔다가 두달 석달 있다가 (아파서) 힘들면 나오고 다시 쪽방에 와서 쉬었다가 또 가서 일하고 하다 그만두고 해서..."
"보시는 것처럼 골목도 비좁고 또 방도 한평 남짓한 양 다리를 쭉 뻗을 수 없을 만큼 굉장히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계신데 쪽방촌에 오게 된 분들은 보통 연령대가 어떻게 되고 직업은 어떻습니까?"
"연령대를 보면 20대에서 80세까지 되신 분들이 다양하게 계시고요. 직업은 일용직으로 생활비를 마련하시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일용직 건설현장에 나가서 일하시는 분들, 제조업에 일하는 분들은 많지 않은 형편이고요. 단순노동을 통해서 생활비를 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쪽방주민들. 하지만 이들에게도 아직 소박한 희망은 남아 있습니다.
언제 쫓겨날 지 모를 집에 대한 걱정없이 남은 여생을 보내는 것입니다.
서울 신월동에 사는 박보호 할아버지는 과거 쪽방촌에 살다 지금은 대한주택공사에서 마련한 맞춤형 임대주택사업을 통해 큰 혜택을 봤습니다.
"이만하면 좋고말고 대궐같고 혼자 이 큰 방을 쓰니, 또 한 달에 4만2천원이니깐 거기(쪽방) 20만원 주던 것을 4만2천원을 주니깐 얼마나 좋아."
일반 저소득 가구 뿐 아니라, 쪽방이나 비닐하우스 거주자, 소년소녀가장, 장애인에 이르기까지 맞춤형 임대주택사업은 우리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해줌으로써 그들의 자활을 돕고 있습니다.
서울 신림동. 겉보기엔 일반 가정집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족구성은 조금 특별합니다.
사회복지사 엄마와 유치원생,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함께 가족을 이뤄 살고 있습니다.
"시설(장애인 복지시설)같은 경우에 보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틀에 맞춰 생활 하다보니깐 내가 어떤 것을 하고 싶다는 욕구를 발산하기 어렵거든요. 어떤 일을 하고 싶어도 위에다 보고하고 허락을 맡아야 되고 이런 것들이 있는데, 지금 저희 같은 그룹홈 생활은 바로 접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멀리 있는 게 아니고 바로 이웃이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바로 옆에 있어 자연스러운 거죠. '내가 특출 나게 사는 게 아니고 내가 한 집에 사는구나 다른 애들과 다르지 않구나'라는 그런 유대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을 위한 이같은 활동은 수혜자들에게 큰 만족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추운 겨울, 우리의 관심이 더욱 필요한 이유입니다.
"주거복지라는 것은 최소한도의 질적 주거수준을 보장하는 절대적 빈곤의 보호, 임대료 부담과 같은 상대적인 주거 빈곤에 대한 보장, 사회적 안전 장치라고 볼 수 있겠고요. 현재 지금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 많이 확보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소득층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에는 공급량이 매우 낮은 편이고요. 향후 많은 변동이 필요할 것 같고 현재 최저주거기준 미달에 거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사회취약계층들입니다. 이 분들을 위해서 주택 개보수라든지 저렴한 주택을 확보해나가는 그런 많은 주거복지 사업들이 활발히 전개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WOW-TV NEWS 안태훈입니다.
안태훈기자 t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