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 6자회담의 기회를 이용해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시도했으나 북한측이 외면해 불발로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6자회담에서 일본측 수석대표인 사이키 아키다카(齊木昭隆)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 간에는 회담장에서 선 채로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는 정도의 접촉도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은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 한국, 러시아 등 다른 참가국과는 개별 협의를 가졌으나 일본만은 제외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사이키 국장은 11일 저녁 일본 기자들에게 "앞으로도 얘기할 기회를 모색해 나가겠다"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북한의 일본 따돌림은 이번 회담에 앞서 충분히 예고됐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6일 일본이 의무 이행을 거부하면서 "회담에는 계속 주제넘게 참가하겠다고 설치고 있다"고 비난하며 "설사 일본이 회담장에 찾아온다 해도 일본을 참가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상종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또 김계관 외무성 부상도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수석대표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6자회담에서 일본 대표단을 만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었다.

일본 정부가 납치문제를 이유로 북핵 불능화에 대한 선물로 지원하기로 돼 있는 중유 95만t 상당의 에너지 지원에 참가를 거부하고 있는 데 대한 비난이다.

이번 6자회담 후 발표된 의장성명에는 북일 양국에 대해 "현안사항의 해결과 국교정상화를 위한 성실한 노력을 당부한다"고 명기하고 있으나 북한측의 대화 거부로 일본인 납치문제도 진전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북일 양국은 지난 8월 중국 선양(瀋陽)에서 열린 정부간 실무자협의에서 북한이 납치문제 재조사위를 설치, 조사에 착수할 경우 일부 제재조치를 해제하기로 하는 등 양국 관계가 진전될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일본의 정권 교체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문제 등이 겹치면서 대화가 막혀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지난 10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6개월 더 연장한 바 있으며 집권 자민당 내에서는 북한이 일본인 납치 재조사 위원회의 설치에 응하지 않는 데 대해 대북 수출 및 입국 전면 금지 등을 포함한 추가 제재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가까운 장래에 양국간의 대화가 재개돼 최대 현안인 납치문제 해결에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각의 대변인을 겸하는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관방장관은 대북대화 재개 실패에 대해 "파이프가 끊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직접 교섭을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지속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밝혔다.

(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