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몸집을 불려왔던 상업화랑과 경매회사,미술관들이 감량경영에 나서고 있다. 일부 화랑들이 서울이나 지방의 분점을 줄이거나 없애고 임직원의 임금 삭감 및 인력 축소를 단행하는가 하면 신생 경매사들은 경매사업 자체를 중단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화랑과 경매회사들의 이 같은 감량경영은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에 비수기까지 겹쳐 내년에도 미술시장이 활기를 되찾지 못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1년부터 개인이 파는 그림이나 골동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 방침이 정해지자 일단 몸집을 줄이면서 당분간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려는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최대 화랑인 갤러리현대는 지난 9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문을 연 강남점의 전시 공간을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시장 분위기가 급랭하자 기존의 지하 1층,지상 4층의 전시공간(전시면적 약 1500㎡) 가운데 2,3층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복합문화 및 쇼핑시설로 활용할 계획.건물 명칭도 '갤러리현대 강남점'에서 '두아트센터'로 바꾸고 다양한 문화이벤트를 추진키로 했다.

가나아트갤러리는 연초부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자 1995년 프랑스 파리에 문을 연 '가나 보브르'를 패쇄한 데 이어 최근엔 40~50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임금을 20%가량 삭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인건비를 줄여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화익갤러리는 지난해 말 서울 청담동 사거리 네이처포엠건물에 개설한 강남지점의 문을 닫았다. 임대료가 워낙 비싼데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컬렉터들의 발길조차 뚝 끊겨 지점 운영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 화랑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 최대 사립미술관인 삼성그룹의 리움미술관도 비자금 의혹 사건 충격으로 기획전을 전면 중단하고 전시 사업 인원도 18명을 감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생 경매회사들도 줄줄이 감량경영에 나서고 있다. 서울 삼성동의 아트컴퍼니 인터알리아는 경매사업을 일단 보류하고 청담동 지점도 철수시켰다. 국내외 미술시장 추이를 봐가며 경매보다는 본사 전시장을 활용한 기획전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인터알리아는 그동안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작가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의 '블루칩' 작가 작품을 서울과 홍콩에서 경매하는'아시아 경매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또 신생경매회사 D옥션은 서울 논현동 엠포리아 아트타워 본사 건물의 일부를 매각한 데 이어 최근엔 인력도 상당 부분 감축해 경매사업 자체를 대폭 축소했다. D옥션 관계자는 "이번 달에 실시하려던 메이저 경매를 내년 상반기로 연기하고 시장 분위기를 봐가며 전시사업에만 주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작품을 구입하고 1년 뒤에 되팔 경우 낙찰가의 80%까지 환급을 보장해주는 '골든아이 경매'방식을 도입해 주목받았던 오픈옥션 역시 지난 8월 이후 경매가 중단된 상태다.

미술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미국의 뉴욕 첼시,중국 베이징 예술촌 등에서는 10월부터 화랑들이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이 좋아질 특별한 호재가 없는 만큼 국내 화랑과 경매회사들의 '몸집 줄이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