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초 추진한 5000억~6000억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최대 1조달러의 경기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업률 급등 등 경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부양효과를 극대화할 '통 큰' 대책을 내놓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오바마 경제팀은 공세적인 경기부양 없이는 향후 실업률이 9%까지 치솟을 것으로 판단,2년간 7000억~1조달러에 이르는 경기부양책을 고려하고 있다.

경제팀의 한 관계자는 "경제와 관련해 날마다 나쁜 소식만 나온다"며 "경기부양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최대 6000억달러 구상은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라는 얘기다.

실제 램 이매뉴얼 오바마 정부 백악관 비서실장은 지난주 초 로렌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내정자를 통해 보수와 진보적인 경제학자들에게 부양규모 증액의 타당성을 타진했다. 크리스티나 로머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내정자도 내년 초 의회에 제시할 초대형 부양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경제학자들로부터 견해를 구하고 있다.

경제팀 내 진보적인 경제학자들은 차기 정부 임기 첫해인 내년에 6000억달러를,두 번째 해인 2010년에는 경제 상황에 따라 3000억~6000억달러를 추가 투입하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시 행정부의 NEC 위원장을 지낸 로렌스 린지는 2년간 8000억~1조달러에 달하는 부양책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경제자문역이었던 마틴 펠트슈타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1년간의 경기부양 규모를 3000억달러에서 4000억달러로 늘려 제시했다.

경제팀은 이 같은 경제학자들의 여론을 반영한 슈퍼 경기부양책을 이번 주 중 오바마 당선인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다만 스테파니 커터 정권인수팀 부대변인은 "부양 규모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려진 게 없다"며 "현재로선 규모와 범위를 추측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당선인은 내년 1월20일 자신의 취임일까지 의회가 부양책을 승인해 주길 희망하고 있다. 그는 재정을 집중 투입할 부문으로 도로,교량과 학교 건물 개선,초고속인터넷망 확충,공공건물 에너지효율 개선,재정이 취약한 주 및 지방정부 지원,병원과 정보기술(IT) 접목 등을 거론해왔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