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이칸희씨 "스크린 조연이 비즈니스 주연 됐어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동대문패션 상가 진출 5년 만에 알짜기업 사장
그녀는 어쩌면 배우보다 사업가로 타고났는지 모른다. KBS 공채 19기 탤런트로 대표작 '바람의 전설'을 비롯 '한반도''백만장자의 첫사랑''모던 보이' 등 10편 정도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조역인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녀는 동대문 패션 상가에 맨손으로 진출한 지 5년 만에 알짜 중소기업 사장으로 우뚝 섰다. 직접 만든 옷을 판매하는 점포 3개와 인터넷 쇼핑몰 '스토리맘'(www.story-mom.com)까지 운영 중인 이칸희씨(40) 얘기다.
"빚은 전혀 없고,재고도 남기지 않아요. 수요에 맞춰 적정량의 옷을 생산한 뒤 경쟁 업체들에 비해 싼 값에 도매상에 넘겨 주고 반품을 받지 않습니다. 이따금 재고가 생기면 주변인들에게 무료로 나눠 줍니다. 재고를 떠안고 있으면 심리적 부담이 생기고,새 옷을 만들려는 의지도 약해져요. 원부자재 가게에는 매주 토요일 어김없이 결제해 줍니다. 비록 매출은 크지 않지만 이런 방식으로 동대문에서 살아 남았어요. "
지난 8월 개설한 스토리맘은 '워킹 맘'(일하는 엄마)을 대상으로 자체 디자인해 제조한 면 소재 티셔츠와 재킷,아기 옷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소재가 뛰어난 데다 1만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힘입어 매출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한다. 뜨거운 물에 한 차례 빨래한 뒤 옷을 내놓기 때문에 냄새가 나지 않는 것도 차별화 포인트.무엇보다 소비자 시선을 사로잡은 비결은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
"패션 일은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배우 일이 더 힘들어요. 제가 만든 옷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다른 디자인의 옷으로 승부하면 됩니다. 하지만 배우는 몸이 하나뿐이라 대체할 수 없고,이미지도 쉽게 바뀌지 않아요. 배우로서 외면당하면 마음의 상처가 깊고 쉽게 극복되지도 않았어요. "
이씨가 패션 사업에 뛰어든 계기도 그랬다. 서울예술대학 연극과(87학번) 출신인 그녀는 그동안 수십 편의 연극과 영화,방송 드라마 등에서 주인공의 비중 없는 아내 역을 주로 맡았다. 이 때문에 서른을 훌쩍 넘긴 뒤에도 인지도가 낮았다. 반면 대학 동기인 배우 성지루와 박상면,개그맨 정재윤 등은 누구나 알아볼 만큼 유명세를 탔다. 그래서 그녀는 배우 일을 그만둬도 살 수 있는 방도를 모색했다.
"당시 친구 가게에서 제가 처음으로 디자인했던 티셔츠가 '대박' 났어요. 그 후 2년간 디자인 일에 집중하다가 제 가게를 직접 열었어요. 솔직히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뛰어나게 디자인하진 못해요. 하지만 트렌드를 반영하고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
이씨는 패션 사업을 시작할 즈음 주변인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반반한' 얼굴을 무기로 한몫 잡아 떠날 것이라고 수군댔다. 그러나 이씨는 매일 어김없이 일터에 출근했고 그들의 시선도 바뀌었다.
이씨는 "직원들에게는 옷을 사랑하면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늘 당부한다"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일하면서 사업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달 말부터 KBS 일일극'청춘예찬'에서 다섯 아이를 돌보는 억척스런 엄마 역으로 시청자들을 찾는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그녀는 어쩌면 배우보다 사업가로 타고났는지 모른다. KBS 공채 19기 탤런트로 대표작 '바람의 전설'을 비롯 '한반도''백만장자의 첫사랑''모던 보이' 등 10편 정도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조역인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녀는 동대문 패션 상가에 맨손으로 진출한 지 5년 만에 알짜 중소기업 사장으로 우뚝 섰다. 직접 만든 옷을 판매하는 점포 3개와 인터넷 쇼핑몰 '스토리맘'(www.story-mom.com)까지 운영 중인 이칸희씨(40) 얘기다.
"빚은 전혀 없고,재고도 남기지 않아요. 수요에 맞춰 적정량의 옷을 생산한 뒤 경쟁 업체들에 비해 싼 값에 도매상에 넘겨 주고 반품을 받지 않습니다. 이따금 재고가 생기면 주변인들에게 무료로 나눠 줍니다. 재고를 떠안고 있으면 심리적 부담이 생기고,새 옷을 만들려는 의지도 약해져요. 원부자재 가게에는 매주 토요일 어김없이 결제해 줍니다. 비록 매출은 크지 않지만 이런 방식으로 동대문에서 살아 남았어요. "
지난 8월 개설한 스토리맘은 '워킹 맘'(일하는 엄마)을 대상으로 자체 디자인해 제조한 면 소재 티셔츠와 재킷,아기 옷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소재가 뛰어난 데다 1만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힘입어 매출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한다. 뜨거운 물에 한 차례 빨래한 뒤 옷을 내놓기 때문에 냄새가 나지 않는 것도 차별화 포인트.무엇보다 소비자 시선을 사로잡은 비결은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
"패션 일은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배우 일이 더 힘들어요. 제가 만든 옷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다른 디자인의 옷으로 승부하면 됩니다. 하지만 배우는 몸이 하나뿐이라 대체할 수 없고,이미지도 쉽게 바뀌지 않아요. 배우로서 외면당하면 마음의 상처가 깊고 쉽게 극복되지도 않았어요. "
이씨가 패션 사업에 뛰어든 계기도 그랬다. 서울예술대학 연극과(87학번) 출신인 그녀는 그동안 수십 편의 연극과 영화,방송 드라마 등에서 주인공의 비중 없는 아내 역을 주로 맡았다. 이 때문에 서른을 훌쩍 넘긴 뒤에도 인지도가 낮았다. 반면 대학 동기인 배우 성지루와 박상면,개그맨 정재윤 등은 누구나 알아볼 만큼 유명세를 탔다. 그래서 그녀는 배우 일을 그만둬도 살 수 있는 방도를 모색했다.
"당시 친구 가게에서 제가 처음으로 디자인했던 티셔츠가 '대박' 났어요. 그 후 2년간 디자인 일에 집중하다가 제 가게를 직접 열었어요. 솔직히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뛰어나게 디자인하진 못해요. 하지만 트렌드를 반영하고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
이씨는 패션 사업을 시작할 즈음 주변인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반반한' 얼굴을 무기로 한몫 잡아 떠날 것이라고 수군댔다. 그러나 이씨는 매일 어김없이 일터에 출근했고 그들의 시선도 바뀌었다.
이씨는 "직원들에게는 옷을 사랑하면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늘 당부한다"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일하면서 사업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달 말부터 KBS 일일극'청춘예찬'에서 다섯 아이를 돌보는 억척스런 엄마 역으로 시청자들을 찾는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