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개혁ㆍ개방을 시작한 지 30년이 지났다. 중국 정부는 개혁ㆍ개방 노선을 결정한 중국 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1기 3중전회)가 열린 지 꼭 30주년이 되는 오는 18일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지난 30년 동안 사회주의 '환자'에서 '강자'로 변모한 중국은 또 다른 30년의 이정표를 세우려 하고 있다. 특구경제 대신 하방(下放)경제가,중국개발이 아닌 세계경영이,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성장이 키워드다. 2차 개혁ㆍ개방의 핵심은 기존의 틀을 부숴버리는 성장모델의 변혁이다.


◆부의 하방

하방은 문화혁명기에 지식인을 농촌이나 공장으로 보내 육체노동을 하게 했던 일종의 사회운동이다. 권력 유지를 위한 마오쩌뚱의 통치수단이기도 했다. 그러나 '개혁ㆍ개방 포스트 30년'의 하방 대상은 지식인이 아닌 경제다. 동부 연안도시에서 서부 내륙으로,도시에서 농촌으로 성장의 축을 다변화한다는 것이다.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ㆍ누구든 먼저 부자가 돼도 좋다)을 산부론(散富論ㆍ부의 확산)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지난 30년의 개혁ㆍ개방은 경제특구 설치로부터 시작됐다. 광둥성 선전이 1호다. 이어 샤먼 톈진 상하이 특구가 잇따라 설치됐다. 특구 경제는 중국을 세계에서 가장 발전이 빠른 나라라는 칭호를 부여했지만 안으로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특구가 몰린 동쪽 연안과 서부 내륙 간 빈부격차가 그것이다. 광둥성의 2007년 총생산(GDP)은 3조673억위안인 반면,내륙 칭하이성은 760억위안에 불과했다. 7억명이 넘는 내륙 농민들은 경제발전의 비수혜자로 남겨졌다.

중국은 최근 농민들이 농토의 임차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농민들이 가전제품을 살 때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제도도 시행에 들어갔다. 서부대개발 역시 하방경제의 다른 표현이다. 특구경제에서 하방경제로 전환,빈부의 격차를 줄이는 것은 포스트 30년의 핵심 과제다.

◆질적 성장과 세계경영

공산당 정치국원인 왕양 광둥성 서기는 이달 초 "광둥의 첨단산업 기지화 전략은 불변의 원칙"이라고 선언했다.

금융위기로 수출 부가세환급률 인상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 대한 지원이 봇물을 이루면서 중국이 저부가가치 산업을 다시 육성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한 답이었다.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의 핵심은 질적 성장이다. '유다유장(又大又强ㆍ크고 강하다)'과 '첨단기술 요새화'로 요약된다. "세계에서 가장 외환보유액이 많은 나라이지만 중국엔 마이크로소프트도 폭스바겐도 소니도 없다"(린이푸 세계은행 부총재)는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후진타오 주석)는 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수백개에 달하는 군소 자동차업체를 10개 안팎으로 묶고,10개 철강사가 국내 생산의 50%를 차지하게 한다는 '10ㆍ50'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위기 와중에 쩌우추취(走出去ㆍ밖으로 나감) 전략이 강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토종 자동차업체인 치루이에는 해외 비즈니스용이란 조건이 붙은 100억위안(2조원)이 이달 초 지원됐으며 창안자동차는 볼보 인수를 타진 중이다. '개혁ㆍ개방 포스트 30년'은 성인이 된 중국식 자본주의가 세계 최강의 반열에 도전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