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전공 꼬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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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수많은 꼬리표를 단 채 인생을 살아간다. 세상과 인연을 맺으면서 시작되는 출생에서부터 가문 학벌 재력 직책 신분 외모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우리가 원한다고 달 수 있고,그렇지 않다고 떼어버릴 수도 없는 징표들인 셈이다. 대학의 전공도 바로 그러한 꼬리표의 하나로 꼽힌다. 흔히들 '사농공상'으로 일컬어지는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대학에서 무엇을 공부했느냐에 따라 인생의 진로는 물론 장래까지 결정되는 경우가 허다한 까닭이다. 게다가 일본식 문과 이과 구분에다 특정학과 중심의 한국식 전공제도는 고급두뇌 양성과 학문 발전에도 커다란 걸림돌이 돼온 것은 부연할 필요도 없다.
국내 대학들이 학과가 아닌 계열과 학부별로 학생들을 모집하고,주전공 외에 연합ㆍ연계전공을 비롯 심화전공 부전공 복수전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배경에서일 게다. 근래에는 인문과 자연계 등 학문간 경계를 뛰어 넘는 교육을 실시하는 '자유전공제'를 도입하려는 대학들도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서울대는 내년에 신설되는 자유전공학부의 운영ㆍ설치 방안에 대한 시행계획을 최근 내놓고 그 선봉에 나섰다. 인문 자연분야 간 교차수강을 의무화하고,학생설계 전공을 주전공으로 이수할 수 있으며,2~3학년 진학 시점에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골자다.
다양한 학문분야를 서로 연결하는 '융합연구'가 글로벌 추세로 자리잡고 있는 마당이고 보면 자유전공학부 설립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모든 학문을 아우르고 각종 지식을 고루 함양해야 한다는 이른바 '통섭'이란 화두에도 부합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실제로 미국 일본 등의 주요 대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전공과 교양과목을 넘나드는 지식융합방식을 적용해 오고 있으며,융합학부제 운영을 통해 괄목할 만한 연구실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및 입시 여건 등에 비춰볼 때 대학이 내건 목표와 취지가 달성될지 걱정부터 앞선다. 운영경험 미숙,학생의 소속감 문제 등은 차치하고라도 자유전공학부가 자칫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 등에 진학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자유전공학부제 정착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듯 싶다.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국내 대학들이 학과가 아닌 계열과 학부별로 학생들을 모집하고,주전공 외에 연합ㆍ연계전공을 비롯 심화전공 부전공 복수전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배경에서일 게다. 근래에는 인문과 자연계 등 학문간 경계를 뛰어 넘는 교육을 실시하는 '자유전공제'를 도입하려는 대학들도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서울대는 내년에 신설되는 자유전공학부의 운영ㆍ설치 방안에 대한 시행계획을 최근 내놓고 그 선봉에 나섰다. 인문 자연분야 간 교차수강을 의무화하고,학생설계 전공을 주전공으로 이수할 수 있으며,2~3학년 진학 시점에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골자다.
다양한 학문분야를 서로 연결하는 '융합연구'가 글로벌 추세로 자리잡고 있는 마당이고 보면 자유전공학부 설립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모든 학문을 아우르고 각종 지식을 고루 함양해야 한다는 이른바 '통섭'이란 화두에도 부합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실제로 미국 일본 등의 주요 대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전공과 교양과목을 넘나드는 지식융합방식을 적용해 오고 있으며,융합학부제 운영을 통해 괄목할 만한 연구실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및 입시 여건 등에 비춰볼 때 대학이 내건 목표와 취지가 달성될지 걱정부터 앞선다. 운영경험 미숙,학생의 소속감 문제 등은 차치하고라도 자유전공학부가 자칫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 등에 진학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자유전공학부제 정착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듯 싶다.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