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사와 별정통신사 간 요금절감 서비스 분쟁에서 이통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휴대폰 요금 30% 할인을 내걸고 마케팅을 펼쳐온 별정통신사들의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공정위는 14일 별정통신업체 우리텔이 요금절감 서비스 제공을 거절한 SK텔레콤을 부당거래 혐의로 신고한 것에 대해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이동통신사가 우리텔의 요금절감 서비스를 자사 휴대폰에서 이용하는 것을 거부해도 부당거래가 아니라는 해석을 내린 것.
이번에 논란이 된 요금절감 서비스는 통화료를 낮추기 위해 일반 통화 방식과 다른 우회 경로(080 수신자 부담)를 한 번 더 거치도록 설계된 서비스다. 전화를 건 사람이 요금이 싼 080 경로로 별정통신업체에 전화를 걸면 업체가 해당 신호를 소비자가 통화를 원하는 휴대폰이나 집전화로 다시 연결해 주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일일이 복잡한 번호를 눌러야 했지만 최근에는 휴대폰에 번호를 대신 눌러주는 소프트웨어만 설치하면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우리텔 외에도 삼성네트웍스가 지난 5월 유사한 형태의 '감'이라는 서비스를 내놔 서비스 개시 9일 만에 1만여명의 가입자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존 이동통신사들은 별정통신사업자들이 법으로 정한 이통사의 업무영역을 침해한 데다 전화를 연결하는 번호세칙을 위반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교환기 하나만 갖고 있는 사업자가 모든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누가 수조원을 들여 네트워크에 투자하고 정부에 출연금을 내겠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별정통신업체 관계자는 "접속료에 대한 일부 논란이 있지만 이는 사업자들의 문제이지 소비자의 문제는 아니다"고 맞서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리텔 서비스는 신기술이나 경영합리화가 아닌 080이라는 편법 경로를 이용한 서비스라 경쟁법에서 보호할 경쟁이라고 볼 수 없다"며 "080 서비스가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한 것일 수 있다는 점도 이번 판결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방송통신위원회도 조만간 080 선불카드를 이용한 요금절감 서비스에 대해 유권 해석을 내릴 예정이어서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공정위에 이어 방통위에서도 이통사의 입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요금절감 서비스가 퇴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요금절감 서비스가 소비자의 후생을 높여주는 측면도 있지만 이를 허용하면 네트워크가 없는 사업자도 누구나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최종 결정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