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 5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한지 꼭 3개월이 된다. 리먼 파산 이후 각국 정부의 적극적 시장 개입으로 신용위기의 급한 불은 껐으나 실물경제의 침체는 가속화되는 등 글로벌 경제위기는 현재진형행이라는 평가다.

지난 9월15일 리먼이 파산한뒤 월가는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은 신용공황으로 빠져들었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확산되며 3개월 미 국채 수익률이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빚어졌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마지막 월가 투자은행들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자금을 빌려쓰기 위해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했다.

FRB는 1조6000억달러 이상의 국채를 매입하고 외국 중앙은행에 6200억달러를 스와프 방식으로 공급했다. 또 창구대출로 상업은행에 하루 평균 1000억달러를 공급하고 있다. 씨티그룹 구제금융을 위해 3060억 달러의 자산보증도 서주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재무부는 주요은행들에 2500억 달러의 자본을 투입했다. 이에 앞서 페이메이 프레디맥 등 국책모기지 회사에 각각 1000억달러씩 지원했다. 이밖에 주식 금융 및 소비자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총 8000억 달러의 자금이 시중에 풀리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자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정부도 10월 중순 잇따라 구제금융 방안을 내놓았다. 이들 국가의 총 구제금융 규모는 1조960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이에 앞서 미국 FRB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공조에서 나서 금리를 잇따라 낮췄다. 이런 노력 덕분에 10월 말부터 얼어붙은 신용시장은 다소 회복될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3개월물 미 국채와 리보(Libor·런던은행간 금리)간 격차인 이른바 'TED스프레드'는 리먼 사태를 전후해 5%포인트까지 벌어졌다가 최근 2.20%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11월 들어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며 세계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핵심 경제권은 3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11월중 일자리는 53만3000개 줄었고 실업률은 6.7%로 높아졌다. 주택가격 하락,실직사태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3분기 소비지출은 3.7%나 감소했다. 미국 등 각국이 돈을 쏟아부어 일단 신용위기라는 급한 불을 끄는데는 성공했지만 실물경제는 회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채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