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균형선발 화제의 합격자] 홀어머니 밑에서… 보육원서… 가난도 학업의 꿈 꺾진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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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공평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된 '기회균형선발'과 '지역균형선발'을 통해 서울대에 당당히 합격한 학생들의 감동 스토리가 세밑 이웃에 따뜻함을 전해주고 있다.
지역균형선발로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정다정양(18ㆍ영암여고)은 아버지가 중학교 2학년 때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가 식당일을 하며 삼남매를 뒷바라지하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고교 3년 동안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과외는 꿈도 꾸지 못한 채 방과후 수업으로 부족한 공부를 보충한 정양은 서울대 내신산출기준 만점을 기록했다.
특히 영어는 올 한 해 본 모든 모의고사와 수능 외국어 영역에서 단 한 문제도 틀리지 않을 정도의 탄탄한 실력을 자랑한다. 여행 한번 제대로 가보지 못한 게 아쉽다는 정양은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염두에 둔 듯 "의사가 되어 암 치료에 대한 보다 깊은 연구와 공부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4세 때 아버지의 사망과 11세 때 어머니의 가출,부모대신 돌봐주시던 할아버지의 사업 부도와 뇌경색 등 끝없이 이어지던 불행을 딛고 성민제군(성남 성일고)은 서울대 생명과학부에 합격했다. 학원을 한번도 다닌 적이 없다는 성군은 하루 4시간만 자는 노력파로 고교 3년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기회균형선발로 생명과학부에 합격한 김창남군(담양고) 역시 아버지가 4년 전 세상을 떠나고 학교에서 급식조리원을 하는 어머니가 생계를 꾸리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학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김군은 "장기를 이식받지 못해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여러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생명공학 연구에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모의 이혼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다 13세 때부터 보육원에서 지낸 이지용군(옥천고)은 기회균형으로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했다. 떠돌이 생활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다가 초등 6학년에 편입한 뒤 치른 첫 시험에서 전과목 꼴찌를 하기도 했던 이군은 자정까지 학교에 남아 홀로 공부하는 남다른 노력을 보였다.
학생회장도 역임했던 이군은 유엔 등에서 제3세계 빈곤문제 해결이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외교관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이면서도 지체 장애우 등 남을 돕는 데 앞장서 온 안현주양(마산 한일전산여고)도 전기컴퓨터공학부에 당당히 합격했다. 워드 프로세서 1급 등 컴퓨터 관련 자격증 4개를 가지고 있는 안양은 마산의 종교단체와 함께 노인들에게 따뜻한 밥을 제공하는 등 고교 3년간 212시간이나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간암에 걸린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간을 이식했던 효자 고교생 이용준군(금호고)도 사회과학계열에 당당히 합격했다. 생활보호대상인 가정형편으로 5000만원이나 드는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했으나 자발적 모금운동을 펼친 전교생과 교사ㆍ일반 시민들의 온정 덕분에 아버지를 살렸고,병원에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이군은 "경제학자가 돼 사람들이 좀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게 꿈"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