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 '코시노 칸바이 무쿠'를 포함해 네 분 식사비는 총 186만원입니다. "

지난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일식당 '모모야마'에서 가이세키(일본 정통 정식) 코스를 주문했던 일본인 주재원 다카하시 나오코씨(33)는 계산서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1인분에 30만원인 특선코스 가격에 사케 35만원과 세금ㆍ봉사료(각 10%) 포함 1인당 46만5000원에 달했다. 그는 "일본 특급호텔들이 최근 불황으로 저녁 코스요리를 2만엔(30만원) 안팎에 내놓는 것과 비교해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불황 속에서도 특급호텔의 일식당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서울의 14개 특급호텔 중 정통 일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10곳이다. 1인분 가격은 특선코스가 20만~30만원대,모둠 생선회는 13만~16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일반 고급 일식집의 모둠 생선회는 1인분에 대략 4만~8만원 정도이고,특선코스는 10만~15만원대이다. 특급호텔 일식당 가격이 두세 배 비싼 셈이다.

그랜드 하얏트호텔 일식당 '아카사카'는 저녁 특선코스(9가지 요리)를 특급호텔 중 비교적 저렴한 수준인 20만원에 내놓는다. 4명이 모여 식사하고 가볍게 1인분 식사값 수준의 사케나 와인을 한 병 곁들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금ㆍ봉사료를 각각 10%씩 추가해 121만원을 내야 한다.

또 프라자호텔 일식당 '고토부키'는 전채와 국,생선회 등으로 구성된 '특선 고토부키 가이세키'를 25만원에 판매한다. 4명이 앉아 사케나 와인(15만~20만원)을 주문할 경우 세금ㆍ봉사료를 합쳐 140만원 안팎이 든다. 일부 호텔은 메뉴판에 '특시가(特時價)'라는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어 가격이 일정치 않은 경우도 있다.

이처럼 특급호텔 일식당 가격이 초고가인 데 대해 호텔들은 '최고의 횟감'을 쓴다고 주장하는 반면,일반 일식당들은 '거품이 끼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최상급 재료를 쓰고 수준 높은 요리사 등 인건비가 높아 일반 일식당보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고급 인테리어 등도 가격에 반영된다. 실제로 한 특급호텔 일식당에선 개당 1억원대 스시 마와리(스시를 올려놓는 대)와 하나에 100만원인 그릇을 들여왔다.

그러나 특급호텔 주방장으로 일하다 독립한 A씨는 "호텔들이 좋은 횟감을 쓴다고 하지만 혼마구로(참치) 등 주요 부위를 제외한 나머지는 일반 일식당보다 낫다는 보장이 없다"며 "100만원을 받는 요리사와 200만원 받는 요리사가 함께 일한다면 후자를 기준으로 인건비를 매겨 음식값을 정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중요한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아 호텔을 찾는데 호텔 일식당의 식사가격은 1인당 접대비 한도(50만원) 수준에 육박한다"고 지적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