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1914~1965년) 화백의 유화 ‘빨래터’를 둘러싼 진위 논란이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원은 국내 최고 낙찰가(45억2000만원)를 기록한 ‘빨래터’의 과학적 감정에 참여해 진품으로 판정했던 기기원 소속 윤민영 정전가속기연구센터장(연구교수)을 지난 12일 보직 해임했다.또 이 작품의 위작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해온 명지대 최명윤 교수는 기기원의 수정된 최종 결과 보고서에도 의문점이 많다는 주장을 새롭게 제기해 진위 논란이 가닥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발표된 기기원의 수정 보고서는 캔버스 액자의 제작연대를 1652~1696년,1727~1815년,1852~1879년,1915~1954년 등 4개 구간으로 제시했다.또 캔버스의 제작연대도 1660년부터 1954년까지 4개 구간으로 나눠 분석 값을 제시했다.이 같은 분석 결과는 지난 1월 윤 교수가 ‘빨래터’의 액자 연대를 1951±5,캔버스 천은 1950±4로 제시한 것과 약간 차이가 있어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서울대 기기원이 ‘빨래터’의 과학적인 기초 조사를 무시한 채 수정 보고서를 발표했다”면서 “17세기에 아마(풀)에서 추출한 실로 짠 캔버스를 갖고 박수근 화백이 그림을 그렸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서울대 기기원이 재조사해 제시한 기초 데이터 자체가 의심스러우므로 데이터 조작 여부를 가리는 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며 “서울대의 최종 결과 보고서도 믿을 수 없는 만큼 공개 감정을 통해 ‘빨래터’의 진위여부를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옥션은 “서울대 수정 보고서의 연대 측정 결과가 액자나 캔버스 모두 1950년대 중반 이전의 것이라는 점에서 당초 보고서가 제시한 의미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빨래터’는 지난해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사상 최고 낙찰가로 팔린 뒤 작년 12월 미술 전문 격주간지 ‘아트레이드’가 위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진위 논란에 휩싸여 왔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