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엔 性차별이 필요하다…왜?

노화 속도의 차이는 있으나 50세 이상의 성인 중 절반 이상에서 관절염이 발생한다. 특히 보행에 필요한 무릎관절에 관절염이 오게 되면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데 우리나라 여성은 남성과 관절의 구조가 다른 데다 좌식생활을 하는 습관상 다리가 'O'자형으로 휜 사람이 많아 서구 여성보다 관절염 발병 가능성이 높다. 고령화와 더불어 증가하고 있는 국내 인공관절 치환수술 환자의 85%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도 이를 입증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근육의 부피가 적고 강도가 약해 그만큼 관절에 무리가 많이 간다.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 가사노동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여성의 관절은 남성보다 크기만 작은 게 아니라 모양 자체도 다르다. 오랜 연구 끝에 밝혀진 바로는 여성은 관절의 가로 폭이 좁아 관절 모양이 위 아래로 긴 타원형에 가깝다. 이에 비해 남성은 원형에 가깝다. 또 무릎 앞부분이 남성은 볼록하게 나와 있는데 여성은 상대적으로 덜 튀어나온 납작코의 모양을 가지고 있다. 관절이 구부러질 때 맞닿는 홈의 방향도 여성은 좀 더 무릎 바깥쪽으로 치중돼 있는 특징을 띤다.



이런 배경 때문에 여성에게 심한 무릎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많고 그 대표적 치료법으로 인공관절 치환술이 시행된다. 이 수술은 닳아 없어진 무릎 연골 대신 인체에 무해한 인공관절을 넣어 통증을 없애주고 보행이 가능토록 하는 것으로 현재 미국에서만 연간 약20만건,전세계적으로는 약 50만건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환자 중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인공관절 제품은 이를 고려치 않고 남성과 여성의 평균치를 근거로 하여 제작된 것이다. 이에 따라 수술받은 여성 환자들은 무릎 앞부분이 자극을 받아 통증을 느낀다거나,움직일 때 어색한 느낌이 들어 내 무릎이 아닌 것 같다는 불편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잖았다. 옷도 남성복과 여성복의 구별이 있는데 하물며 수술 결과를 좌우하는 인공관절도 남성과 여성이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여성용 인공관절이 개발돼 국내에서도 2007년 4월부터 이를 이용한 수술이 이뤄졌다. 수술 과정은 기존의 다른 인공관절의 수술법과 큰 차이가 없으나 관절의 모양과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해서 그에 가장 잘맞은 사이즈의 인공관절 제품을 골라 수술함으로써 환자의 원래 관절 모양과 크기에 가장 가까운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달라졌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강남)은 "여성용 인공관절로 수술하면 무릎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무릎 앞쪽의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현저히 줄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며 "관절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움으로 맞물린 부위에 무리가 가지 않아 인공관절의 수명도 연장된다고 말했다.

연세사랑병원 인공관절센터에서는 2007년 4월부터 여성용 인공관절을 이용해 현재까지 약 600건의 수술을 시행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술 후 자력으로 보행이 가능한 시기는 기존 인공관절보다 평균 1.2일 정도,수술 후 무릎을 130도까지 구부릴 수 있는 시기는 2일 정도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인공관절에 비해 수술 후 재활이 더 빨라진 것이다. 아울러 입원 기간도 2~3일 정도 줄어들었으며,수술 후 심한 통증을 호소하거나 부기 때문에 불편해하는 환자들도 현저히 감소했다.

인공관절은 정확히 수술하면 최소 15~20년 이상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평균 수명이 늘어 만약 60대에 수술을 받게 되면 재수술을 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인공관절의 수명이 늘어나야 한다. 이 때문에 인공관절 재질과 수술기법에 발전돼왔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수술 전의 상태로 기능을 회복할수 있도록 돕는 재활운동도 중요하다. 김용찬 연세사랑병원장(부천)은 "관절염을 오랫동안 앓았던 사람은 주변 근력 또한 많이 약해져 있다"며 "통증 완화 및 빠른 회복은 물론 인공관절 수명을 늘리기 위해 재활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