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 노조가 최근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울산지부가 회사 정문 앞에서 대규모 영남지역 노동자대회를 벌인 것과 관련,"민노총은 누구를 위한 상급단체인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서도 "민노총이 3000여 조합원들을 조금이라도 존중한다면 소탐대실하지 말고 즉각 물러나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올해로 12년 연속 무분규를 달성하면서 민노총을 변함없이 상급단체로 유지해온 현대미포조선 노조가 발끈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회사 내부 문제에 민노총이 너무 깊숙이 개입하려는 데 대한 불만과 우려 때문이다. 노조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복직문제 등과 관련,지난 몇 달간 극심한 노사갈등을 빚다가 최근 노사합의로 사태를 수습키로 의견일치를 봤다.

하지만 민노총과 금속노조가 노사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치쟁점화할 목적으로 지난 13일 영남노동자대회를 회사 앞에서 개최했다. 노조는 민노총에 공문까지 보내 영남노동자대회를 열지 말 것을 요청했으나 철저히 묵살당했다. 이에 미포조선 노조 대의원들은 연대 서명을 통해 "민노총 등은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더 이상 악용하지 말고 미포조선 노사 안정을 위해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라"고 촉구하는 결의문도 채택했다.

노조 내부에서는 민노총 개입을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막지 못하면 배가 산으로 가 회사경영에까지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민노총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복직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민노총의 사태 해결방식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하 게 없다. 4년 전 현대중공업 노조가 민노총을 탈퇴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당시 현대중공업 노조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분신사건을 놓고 노사가 스스로 해결하려 했으나 민노총 등이 개입하는 바람에 사태가 악화됐고,노조가 이에 반발해 아예 상급단체를 탈퇴했다. 올초 포항지역 최대 강성노조인 심팩ANC 노조도 민노총의 정치파업 때문에 민노총에서 탈퇴했다.

민노총이 오지랖넓게 개별 기업의 노사문제에 일일이 개입,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결국 스스로의 설 자리를 좁게 만드는 셈이다. 민노총이 변하지 않으면 현대미포조선의 민노총 탈퇴도 시간문제일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인식 울산=사회부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