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통과
필요때만 '변론준비기일' 주기로

쟁점이 비교적 간단한 민사사건의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15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민사소송을 보다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돼 연내에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원은 소장 접수 후 피고인의 답변서가 제출되면 즉시 '변론기일'을 잡고 필요에 따라 '변론준비기일'을 잡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원칙적으로 '변론준비기일'을 잡도록 하고 있어 실제 변론에 착수하는 데만도 몇 달이 걸렸었다.

'변론준비기일'은 본 재판이 시작되기 전 법관과 원.피고의 대리인이 만나 쟁점을 정리하고 어떤 증거를 통해 주장을 입증할지를 정하는 절차다. 평균적으로 한 민사재판에서 2번 정도 열리나 복잡한 사건에서는 10번 가까이 열리기도 한다.

그러나 변론준비기일을 굳이 열지 않아도 되는 재판에서도 변론준비기일을 잡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재판 진행이 느려진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2007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 동안 처리된 민사합의사건 중 65.9%가 1심 법정처리 기간(5개월)을 넘겨서 판결이 선고되기도 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쟁점이 간단한 민사재판의 경우 평균 1~2개월 정도 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민사재판은 소장 접수 후 본 재판이 열리기까지 4개월 정도 소요됐다. 처음 1~2개월은 피고인이 답변서를 제출하는 기간이고 2개월은 변론준비에 소요된다. 따라서 변론준비기간이 없어지면 분쟁 당사자들은 소장 제기 후 이르면 2개월 만에 본 재판에 들어가게 된다.

물론 쟁점이 복잡한 사건은 현행대로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변론준비기일을 가질 수 있다. 법원행정처의 이형근 민사정책심의관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보다 빨리 재판장을 만날 수 있어 지금보다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뒤 정부에 이송된 만큼 연내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