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DVR(Digital Video Recorder)전문업체 아이디스(대표 김영달)의 사무직 직원 K씨는 지난해 말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이 전세금을 3000만원 올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은행 대출금을 포함해도 1000만원 이상 부족했다. 이런 사실을 알려지자 회사는 1200만원을 지원했다. K씨는 "덕분에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다"며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워할 정도"라고 말했다.

#2.농산물 가공업체 컨프로덕츠(대표 유용대)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P씨는 요즘 수요일만 되면 퇴근시간이 기다려진다. 매년 75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인 '복지카드'를 회사로부터 받아 좋아하는 뮤지컬과 영화를 일주일에 한 번씩 관람하고 있어서다. P씨는 "회사가 회식자리 등에서 돈을 쓰는 대신 직원들이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하는 비용을 지급해줘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한 동료는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토익성적을 무려 200점 가까이 올렸다"고 밝혔다.

노사발전재단과 한국경제신문은 15일 '제1회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으로 아이디스,엔브이에이치코리아,디오텍,넥상스코리아,콘프로덕츠코리아 등 5개사를 선정했다. 이들 기업은 경영실적이 우량한 것은 물론 임금,직원복지 및 고용안정에서도 대기업 못지 않은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노사발전재단은 고용 및 인적자원개발 중심의 노사문화를 확립한다는 목적으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및 한국경제인총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제안하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합의해 지난해 5월 설립한 민간기구다.

아이디스는 국내 최초로 DVR을 개발해 현재 미국,영국 등 세계 3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약 793억원의 매출을 올린 아이디스는 전 세계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1위' 기업.평균 4290만원의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 김영달 대표는 "임금을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생각해 최대한 좋은 대우를 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평균 임금인상율은 9%.

이뿐만 아니다. 고등학교까지 자녀 학자금 전액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대학등록금은 70%까지 무상 제공한다. 주택마련자금도 최대 4000만원까지 은행보다 싸게 빌려주고 있으며 직원들이 갑자기 목돈이 필요할 경우 1200만원 범위에서 생활안정자금도 준다.

자동차 부품업체 엔브이에이치코리아(대표 정진표)는 직원들의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맞춘다는 취지로 매주 수요일에는 야간잔업 없이 오후 5시에는 퇴근하는 '가정의 날' 제도를 운영한다. 58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지난해부터는 직원 본인의 의사에 따라 1년을 더 일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했다. 총 직원 326명중 324명이 정규직일 정도로 고용안정성도 높다. 회사 관계자는 "1987년 노조설립 후 21년간 한 차례도 노사분규가 없었다"고 말했다.

컨프로덕츠코리아는 회의시간에 영어만 사용하도록 하는 '영어공용제'를 시행하고 영어학원수강료를 지원하는 등 직원들의 외국어 능력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각자 연간 75만원을 학원수강이나 문화생활,건강관리 등의 자기계발과 생필품 구매에 쓸 수 있도록 '복지카드'를 지급한다. 유용대 대표는 "이직률이 삼성전자보다 낮은 2%미만일 정도로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디오텍(대표 도정인)은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로 손꼽혔다. 전체 직원 84명중 기혼여성이 10명이고 여직원이 30%가 넘는 등 여성근무자 비율이 높고 승진이나 보수 등에서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전혀 없다는 것.도정인 대표는 "생리휴가나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도 없다"고 말했다.

케이블 제조업체 넥상스코리아(대표 강인구)는 감원 등 구조조정이 없기로 유명하다. 작년에는 1억7000만원을 들여 충북 청원군 남이면 본사에 직원복지관을 세우고 체력단련시설을 마련하는 등 직원복지에도 신경쓰고 있다.

이번 행사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호환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2002년부터 유수의 세계적인 대기업을 제치고 3년연속으로 일하고 싶은 기업 1위로 뽑힌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은 중소형 항공사"라며 "대기업만이 좋은 직장이라는 생각을 바꾸고 눈높이를 조금 낮추면 튼튼하고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김용달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앞으로도 매년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을 발굴해 구직자와 중소기업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