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새 73%…경제 패닉상태

외환 부족으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64억달러를 지원받은 우크라이나 경제가 이번엔 통화 가치 급락으로 또다시 패닉 상태에 빠졌다.

AFP통신은 14일 우크라이나의 그리브나(hrybnia) 가치가 지난 6개월간 급락하면서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그리브나의 가치는 지난 12일 달러당 7.80그리브나까지 폭락했다. 이는 사상 최고점인 지난 7월1일 달러당 4.50그리브나에서 73.3% 급락한 것이며,연초의 달러당 5.05그리브나에 비해서도 54.5% 하락한 것이다. 빅토르 유센코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중앙은행(NBU) 총재를 지내던 지난 1996년 새로 도입한 그리브나는 아이슬란드 크로나와 함께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가장 큰 폭의 가치 하락을 보인 화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금융위기가 가속화하던 지난 10월 우크라이나에 투자된 외국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그리브나도 위기를 맞게 됐다. 우크라이나인들도 달러와 유로화 사재기에 나서면서 그리브나 가치는 더욱 폭락했다.

그리브나의 가치 급락으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엄청난 빚더미를 안게 됐다. 지난 1일 기준으로 우크라이나 가계 부채는 2355억그리브나(310억달러)에 달하며,이중 약 70%(230억달러) 정도가 외화표시 부채다. 따라서 그리브나 가치가 떨어질수록 부채 상환 부담은 커지게 된다. 아파트를 사기위해 은행에서 6000달러를 빌렸다는 한 언론인은 "환율 폭등으로 중앙은행에 불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라며 "부채 상환을 위해 월 1000달러를 내야 한는데 통화 가치가 반토막나 상환 부담이 엄청나게 늘었다"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경제는 주력 수출품인 철강 제품의 가격이 급락하고,신용경색이 심화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의 산업 생산은 전달에 비해 15.2% 줄었으며,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28.6% 급감했다.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옛 소련의 주요 경제 대국인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중 우크라이나 가장 급격한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며 "해외 자산 유출이 심화되면 그리브나의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