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개혁ㆍ개방의 길로 들어선 지 18일이면 꼭 30년이 된다. 그간 연평균 9.8% 성장이란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중국의 발전은 공산주의 국가가 공산주의를 버리는 극단의 선택으로써 얻어졌다는 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개혁ㆍ개방이 시작되기 3년 전인 1975년.문화혁명으로 장시성에 사실상 연금당했다가 3년 만에 국무원 부총리로 복귀해 있던 덩샤오핑은 국방과학위원회 장아이핑 주임(후에 국방부장 역임)으로부터 특별한 보고를 받았다. "제 7기계부 아래 230개 공장이 마비상태고 이 중 1000명 이상의 종업원이 있는 4개 공장에선 96%가 출근을 안합니다. 공장엔 노동자는 없고 8923 부대원만 있습니다. " 8923 부대가 뭐냐고 묻던 덩샤오핑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졌다. 8923 부대란 아침 8시나 9시에 출근한 뒤 공장을 빠져나갔다가 오후 2시 혹은 3시에 다시 나타나 퇴근도장을 찍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덩샤오핑은 "사회주의를 갉아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며 분노했다.

중국의 30년 성장사는 8923 부대 해체와 같은 사회주의와의 싸움 역사다. 민영기업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올해 농토의 경작권을 매매할 수 있도록 하기까지 30년이 걸렸다. 굶주림에서 벗어나야 하고,세계 GDP의 40%를 차지했던 옛 영화를 부활해야 한다는 절박함은 공산국가에서 공산주의를 사실상 폐기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그 30년의 끝자락인 지금 중국은 커다란 시험대 위에 올라섰다. 눈이 가려진 죄수가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망나니의 칼에 벌벌 떨듯이 세계는 금융위기의 공포에 질려 있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는 '중국구세론(中國救世論ㆍ중국이 세계를 구한다)'을 이야기하지만 중국에선 그런 여유를 찾아볼 수 없다. 개혁ㆍ개방 이후 처음으로 외부의 충격에 의해 경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사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30년 동안은 8923 부대를 해체하듯 내부의 모순과 잘못된 점을 과감히 뜯어고치거나 버리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이뤄졌다. 경제특구를 만들고,기업들에 보조금을 주고,길과 철도를 깔고….이 모든 것들은 스스로 계획해서 집행할 수 있는 통제가능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조성된 현재의 국면은 전혀 다르다. 물건은 만들지만 수출할 곳이 없고,고용을 늘려야 하지만 기업들은 파산하고 있다.

중국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에 봉착해 있고 이에 대한 답안을 내놓기에는 상황이 너무 촉박하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조차도 최근 한 포럼에서 "우리는 그동안 생산만 했기 때문에 내수를 어떻게 부양해야 하는지 경험이 없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내수부양을 한다며 20조위안의 돈을 쓴다고 했지만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 것인지 하는 의문은 이래서 생긴다. 외부의 충격을 내부의 조건에 따라 요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지도 불확실해 보여서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15일 동북지방으로,리커창 부총리는 남부지방으로 급히 날아갔다. 농민공들이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고,각 지방에선 집단시위가 빈발하면서 지도부가 초비상 상태다. 중국 경제의 화려함보다는 그림자가 그래서 훨씬 커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중국이 30년간 갈고 닦은 실력으로 금융위기라는 시험에서 어떤 성적을 받을 것인지 궁금하다.

베이징=조주현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