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車 수요위축' 유럽 거쳐 한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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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5社 '재고 밀어내기' 안간힘
업계 "감산ㆍ조업 단축 언제 끝날지 몰라"
세계 자동차 수요가 세계 자동차 수요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9월부터 미국 판매 시장이 붕괴하기 시작하더니,10월에는 서유럽으로,지난달에는 한국 일본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로 판매 급감 추세가 번졌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꽁꽁 얼어 붙자 자동차 회사들은 '생존 게임'에 들어갔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도 평일 잔업과 주말 특근은 물론,조업단축과 가동중단을 통해 생산량을 축소하면서 살아남기 위한 버티기에 들어갔다.
◆도미노식 차 판매 감소
세계에서 자동차 판매가 가장 먼저 위축된 지역은 미국이다. 리만브라더스가 파산보호신청을 했던 지난 9월 미국 자동차 판매대수는 96만5000대로 전년 동기대비 27.7% 줄었다. 10월 판매량은 83만8000대(-33.3%),지난달에는 74만8000대(-37.7%)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폭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서유럽 시장은 10월부터 판매 감소세가 뚜렷해졌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5개국의 10월 승용차 판매 대수는 80만8000대에 그치며 17.0%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신흥 시장인 브릭스 국가에서의 자동차 판매는 10월까지 소폭 증가세를 보였지만 11월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판매량은 920만대로 고꾸라지면서 14.7% 줄어들었다. 일본 시장 판매대수도 지난달 36만8000대에 그쳐 18.4% 줄었고,한국도 7만4000천대로 28%대의 감소율을 보였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 등 선진시장뿐 아니라 신흥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중국 인도 등의 자동차 수요가 두자리수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까지 순차적으로 위축됐던 세계 자동차 판매는 이달 들어 공통적으로 두자리수 이상의 감소율을 보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감산 본격화
세계 자동차 회사들은 판매량 급감으로 실적이 악화되자 본격적인 감산에 나서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마저 올 하반기(10월~2009년3월)에 10년만에 영업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최근 도요타는 내년 판매 목표치를 당초보다 100만대 줄인 800만대 정도로 낮췄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감산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수출비중은 70%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의 판매 위축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이달 들어 잔업과 특근을 없애는 방식으로 감산에 착수한데 이어, 일부 공장의 정규 근무 시간까지 줄이기 시작했다. 기아차는 이날부터 광주 1공장(뉴카렌스 생산) 조업시간을 종전 주ㆍ야간 각각 10시간(잔업 2시간씩 포함)에서 6시간으로 줄였다. 광주 2공장(스포티지)도 주ㆍ야간 8시간씩에서 5시간씩으로 단축했다.
현대차도 이달 초부터 시작한 울산 2공장(싼타페 벨라크루즈)의 조업단축(주ㆍ야간 각각 4시간 조업, 4시간 교육)을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10일부터 주ㆍ야간 5시간 근무를 시작한 아산공장(쏘나타 그랜저)도 단축 근무를 계속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은 아예 가동을 중단했거나 중단할 예정이다. GM대우는 부평2공장(윈스톰 토스카)을 이달 초부터 한달간 일정으로 가동을 중단 중이다. 부평1(젠트라) 등 나머지 공장도 오는 22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생산을 멈춘다. 르노삼성자동차도 24일부터 연말까지 부산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쌍용자동차도 이달 중 가동 중단에 들어가기 위해 노조와 협의 중이다.
문제는 조업단축과 가동중단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할부금융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먼저 살아나야 자동차 수요도 회복될 수 있다"며 "내년 2~3월까지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매량 급감 추세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말과 내년 초 판매 상황에 따라 각 회사들은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조업단축과 가동 중단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