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탄테르銀ㆍ노무라證 등 수억~수십억弗씩 피해
국내 직ㆍ간접 투자 1300억원 달해 … 회수 불투명

버나드 매도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이 저지른 5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다단계식 금융사기극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 일본 한국의 주요 금융회사들까지 줄줄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적발해내지 못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관리감독 능력도 도마위에 올랐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HSCB은행은 피해액이 1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FT는 피해액의 대부분이 메도프에게 투자하기를 원하는 기관투자가들에게 나간 대출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파리바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4억7000만달러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 은행들도 50억달러 가량의 손실을 입었으며,스페인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도 관련 펀드에 30억달러 가량 투자했다.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 홀딩스도 이번 사기사건으로 3억달러 가량의 자금이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매도프 관련 헤지펀드에 투자한 금액도 9510만달러(130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직접 투자한 대한생명이 50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한국 삼성 한화 하나UBS 산은 알리안츠 등 6개 자산운용사를 통해 간접투자된 자금이 4510만달러였다.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맡긴 투자자는 124억원을 투자한 사학연금관리공단을 비롯한 2곳의 연기금과,2곳의 보험사 등 모두 4개 기관투자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현재 이들 헤지펀드는 환매를 중단한 상태여서 이들 기관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대한생명의 경우 다행히 사건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 11월30일 2000만달러에 대해 환매신청을 해 현재 환매절차가 진행중이다.

한편 이번 사기사건으로 인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금융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은 등 또한차례 곤욕을 치르고 있다. 2001년 엔론사태에 이어 월가의 위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드러났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그동안 여러 차례 내부고발이 있었고 적어도 두 차례에 걸쳐 매도프의 증권 중개 업무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는데도 SEC가 혐의를 잡아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SEC는 2005년 시장조성업무와 관련한 조사를 실시했지만 절차상의 규칙을 어긴 것 말고는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2007년에는 조사국에서 내부밀고자의 제보를 검사를 실시했지만 후속 조치는 없었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와 의회가 금융감독체계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SEC는 존재와 역할에 상당한 변화를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박성완/김태완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