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비상한 분위기에서 정부의 2009년 경제운용방향 점검회의가 어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3%내외로 또 다시 낮춰 잡았다. 여기에는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것이고 보면 사실상 한국은행이 내다본 2%라는 최악의 성장전망과 맥(脈)을 같이하는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실물경제가 침체를 거쳐 회복되는 시기도 3~4년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내년은 통상적인 경제운용이 아니라 컨틴전시 플랜과도 같은 경제운용이 돼야만 한다.

지금 전 세계가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싸움을 시작했고 우리 또한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단계별 대응기조를 위기관리, 미래준비, 경제 재도약으로 정했지만 아무래도 내년은 위기관리에 초점이 맞추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4ㆍ4분기에 들어서면서 경기는 급격히 하강하고 있고 내년 상반기에는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신규 취업자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고 실업대란이 최대 현안이 될 게 뻔하다. 그야말로 최악의 국면을 전제로 경착륙을 막기 위한 비상한 경제운용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내년 경제운용은 무엇보다 일자리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게 우리의 확고한 생각이다. 이를 위해선 재정의 조기집행이 매우 중요하다. 기획재정부는 조기집행에 걸림돌이 되는 절차가 있다면 간소화시켜야 할 것이고, 국회에서 통과된 수정예산이 부족하다면 재정지출을 더 과감히 늘리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일자리에 도움이 되도록 노사관계는 대대적으로 혁신돼야 할 것이고, 취약계층을 위한 경제ㆍ사회안전망 확대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이와 함께 위기 이후를 준비하는 노력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내년 설비투자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소비와 수출은 정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행히 경상수지는 흑자로 돌아선다지만 성장잠재력 고갈(枯渴)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부문이든 실물부문이든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부추겨야 한다. 현안인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함으로써 신규투자가 촉발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내년은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적 대응이 절실하다. 재정정책 금융통화정책 구조조정정책 등 정부의 모든 정책이 실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회도 이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이것이 과거의 위기사례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가장 큰 교훈이고, 또 앞으로 우리 경제가 새로이 도약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