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보다 '환경' 중시
자동차산업 경영전략 변화

혼다 스즈키 후지중공업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F1(포뮬러1),WRC(세계랠리선수권) 등 자동차 레이스에서 속속 철수하고 있다. 표면적으론 비용절감이 이유이나,실은 자동차회사들의 경영전략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닛케이비즈니스(12월15일자)는 "F1 철수는 자동차 역사 100년의 변화를 보여주는 증표"라며 "혼다는 향후 경영좌표로 '스피드' 대신 '환경'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혼다 측은 F1 철수 배경과 관련,1000명 규모인 레이싱팀 운영에 연간 500억엔(약 7500억원)이 들어가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닛케이비즈니스는 자동차 산업이 100년 만에 커다란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는 후쿠이 다케오 혼다 사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선진국에서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휘발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새로운 구동시스템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환경기술을 강화해야 하지만 F1은 환경기술 개발이나 마케팅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F1의 경우 강력한 파워 엔진을 개발해 스피드와 고속으로 회전하는 기술을 보여주는 첨단 자동차 기술의 경연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혼다는 F1 철수를 계기로 '스피드' 기술 개발에 주력해 온 내연기관 개발자 400여명을 환경을 축으로 하는 차세대 자동차 개발로 돌렸다. 후쿠이 사장은 "내년 봄 시판하는 하이브리드카와 배기량 1300㏄ 이하의 연료효율이 높은 경량차 개발에 모든 경영 자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혼다에 이어 일본 1위 경차업체인 스즈키도 15일 세계랠리선수권 참전을 내년부터 당분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스즈키 오사무 회장은 "자동차 판매가 줄고 경영환경이 불투명해 차세대 기술 개발에 경영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혼다의 선택과 궤를 같이 하는 셈이다. 이번 결정은 8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스즈키 회장의 대외적인 첫 조치여서 특히 관심을 끈다. 78세인 스즈키 회장은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지난 10일 사장직을 겸직하며 경영 일선에 다시 나섰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