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긴급 수혈받은 씨티그룹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두바이 지원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씨티가 도시 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바이에 80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금은 주로 두바이 공공 부문에 투입될 계획이다. 윈 비쇼프 씨티 회장은 "두바이의 낙관적인 미래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씨티의 지원은 씨티가 "걸프 국가 중 두바이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가장 취약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지 불과 한 달도 안 돼 이뤄져 다소 의외라는 지적이다. 씨티는 지난달 18일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두바이 부동산 시장에 버블이 쌓여 있는 데다 부채 수준도 높다"며 두바이 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씨티가 두바이 구원에 나선 배경에는 미 정부가 씨티 구제에 나선 것처럼 '대마불사' 논리가 깔려 있다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에 따르면 두바이 기업들이 지고 있는 부채는 700억달러에 달한다. 당장 내년까지 갚아야 하는 빚만 해도 120억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씨티에 상환해야 할 돈도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망하도록 내버려두기에는 너무 큰 채무자인 셈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