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는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다음 달 초까지 모든 법안을 일거에 처리하겠다는 한나라당과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며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한 민주당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를 비롯해 이날 진행될 예정이었던 모든 상임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부딪쳤으며 국회는 공전했다. 국회가 파행으로 치닫는 동안 여야 지도부는 일선 의원들과 함께 맞고함을 질러댔고 김형오 국회의장은 하루 종일 국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멈춰선 국회

민주당은 이날 예정됐던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와 국토해양위 청원심사소위에 불참,회의를 공전시켰다. 법안심사소위가 잡혀 있던 정무위와 보건복지가족위에서는 실력저지에 나섰다. 정무위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소위 위원장석을 점거하고 회의 진행을 막았다. 위원장인 박종희 한나라당 의원이 "민생법안 처리가 시급하다. 오늘 법안을 통과시키지는 않을 테니 법안에 대한 심의라도 진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으나 신학용 민주당 의원은 "여야의 신뢰가 깨진 마당에 정상적인 국회 운영은 힘들다"고 맞섰다. 물리적 충돌에 부담을 느낀 한나라당의 양보로 법안심사는 잠정 유보됐다.

복지위에서는 소위에 소속되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까지 출동해 회의장을 점거한 가운데 회의장 밖에서는 양당 보좌진들이 신경전을 펼쳤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뒤늦게 회의장에 들어와 민주당 측과 한 시간 정도 실랑이를 벌였다. 양쪽 다 한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국회 파행으로 민생법안 심의가 미뤄졌다. 주택금융공사가 부동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금융회사를 지원하는 주택금융공사법 개정안과 대부업자들의 등록 및 광고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의 심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복지위에서는 멜라민 파동과 관련한 식품위생법 개정안과 아동 성보호를 강화하는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연기됐다.


◆실종된 리더십

양당 지도부는 전선의 선봉에 섰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전 상임위에서 법안을 상정해 심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야당이) 물리적 저지를 하면 질서유지권을 발동해달라"고 독려했다. 홍 원내대표는 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이번 주 내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양당 간사와의 협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18일 상정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 20여명을 이끌고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원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의 예산부수법안 직권상정은 국회 시스템을 파괴하고 대원칙을 무시한 것"이라며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른 의원들은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뭐하고 있나. 해야할 일도 모르나" "의장이 올 때까지 농성하겠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이런 상황에서 김형오 의장은 하루종일 연락이 안 됐다. 김양수 비서실장은 "오늘은 국회에 들어오기 어렵다고 했는데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전화도 안 받는다"고 말했다.

노경목/김유미 기자/김영주 인턴(한국외대 4학년)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