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전문가들은 최근 실물경기 침체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장 투자를 실행하기보다는 바닥을 확인한 뒤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내년 상반기 이후 투자를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적립식펀드 등을 선호하는 분산투자자 또는 공격적 투자자라면 현금과 정기예금 같은 안전자산 위주에서 국내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투자자산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조금씩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켜왔던 주가ㆍ환율ㆍ금리 등이 최근 안정적인 쪽으로 방향성을 찾기 시작한 만큼 지금부터 국내 우량주 위주로 분할 매수에 나서라는 얘기다.

◆증시 바닥은 내년 상반기

16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요 시중은행과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6명이 내년 상반기 중 국내외 증시가 바닥을 다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규 하나은행 PB팀장은 "최근까지 금융시장이 불안해 전망 자체가 힘들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끝이 보이는 느낌"이라며 "실물경기는 내년 3분기께 바닥을 치고 이보다 선행하는 증시는 내년 2분기 중 저점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지금부터 주식 매수를 시작하라고 권했다. 현주미 굿모닝신한증권 명품PB센터장은 "단기적인 유동성 장세가 진행되고 있어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단기로 국내 우량주나 인덱스 펀드에 분할 투자를 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곽대희 한국씨티은행 PB팀장은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내년 2분기 이후 투자에 나서는 게 좋다고 권했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내년 상반기가 한국 주식 매입의 적기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은 이날 "주요 국가들의 글로벌 정책 공조가 신용시장 회복으로 이어져 내년 상반기가 한국 주식을 다시 매수할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라고 지적했다. 맥쿼리증권도 "이머징증시가 내년 2분기부터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한국의 매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투자 신중론도 만만찮다. 최철민 미래에셋증권 서초로 지점장은 "국내외 증시가 내년 상반기에 바닥에 이르겠지만 하반기에 치고 올라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김이태 SC제일은행 목동 PB센터 지점장은 "앞으로 주식 투자 적기는 따로 오지 않는다"며 "코스피 지수가 1000포인트 이하로 떨어질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투자는 글쎄

부동산 투자 전망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렸다. 각종 규제 완화와 유동성 증가로 내년 중 부동산 시장이 회복할 것으로 보는 의견과'부동산 불패'는 내년에도 되살아나기 어렵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김인응 우리은행 PB팀장은 "풍부해진 유동성이 증시 대신 부동산으로 갈 수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치고 완만한 V자로 상승할 것으로 보여 내년 상반기가 내 집 마련의 적기"라고 평가했다. 반면 송재원 신한은행 PB팀장은 "2010년 이후 부동산 경매 유찰률이 떨어지고 낙찰가가 올라가는 시점에 집을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ㆍ달러 환율과 시중 금리에 대해서는 모두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공성율 국민은행 재테크팀장은 "달러와 정기예금 비중을 낮춰 내년부터는 주식 같은 투자 자산으로 옮겨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설/이태훈/강지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