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게임 '오디션'으로 유명한 게임업체 예당온라인이 중국 게임업체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인수자는 중국 3대 게임업체 가운데 한곳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매각이 성사되면 2005년 중국의 샨다가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 이후 국내 게임업체가 중국 기업으로 넘어가는 두번째 사례가 된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의 국내 게임업체 접수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매각설이 불거진 예당온라인의 매각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예당온라인의 주력제품인 '오디션'이 중국에서 10대 게임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데다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를 앞둔 '오디션 2'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어서 중국 업체가 매력을 느꼈을 것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오디션 2'의 중국 출시를 내년 하반기로 예상하고 있다.
예당온라인의 지분 38.3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예당엔터테인먼트측은 그동안 국내 중견그룹 및 외국계 사모펀드와 협상을 진행하다 자금시장 여건 등이 여의치 않자 중국에서 파트너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예당온라인은 '오디션' 하나의 매출이 절대적이어서 다른 국내 게임회사가 매력을 느끼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중국 기업 입장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매입대금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자 더욱 구미가 당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창엽 예당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아직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며 "조만간 결론이 내려지면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에선 중국 3대 게임업체인 샨다 더나인 텐센트 가운데 한 곳이 인수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더나인은 '오디션2'의 중국 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더나인은 '오디션' 시리즈의 개발사인 T3엔터테인먼트의 지분도 10%가량 보유하고 있다.
샨다는 최근 액토즈소프트의 지분 3.70%를 추가 매수해 지분율을 53.80%로 늘리며 최대주주의 자리를 탄탄하게 지키고 있으며,텐센트는 삼성전자가 퍼블리싱한 '던전앤파이터'를 '지하성과 용사'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장영수 키움증권 수석연구원은 "예당온라인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모회사인 예당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리스크였다"며 "일단 M&A(인수합병)가 이뤄지면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이 더 돋보이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당온라인은 2006년 1분기 이후 올 3분기까지 매분기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예당온라인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30.0% 늘어난 823억원,영업이익은 16.9% 증가한 188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번 협상이 완료되면 지난 5월 한빛소프트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T3엔터테인먼트가 중국 게임업체 더나인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며 부각됐던 중국 기업의 국내 게임업계 M&A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업체의 잇따른 국내 게임업체 인수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게임업체의 기술 유출 문제가 또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최찬석 유진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국내 게임업계는 선두 업체인 NHN이나 엔씨소프트의 시장점유율도 10%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게임시장이 성장해갈수록 필연적으로 M&A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게임 개발업체는 2792개에 달하며 배급업체도 952개에 이른다.
최 연구원은 "국내 업체 간 M&A는 마케팅 채널이나 기술력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적다"며 "시장 재편과정에서 해외 업체의 입질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업체로선 중국 시장에 국내 게임들을 가져가는 것은 물론 거꾸로 중국 완미시공사가 개발한 '완미세계'와 같이 국내 시장으로 들여오는 경우도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