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사장은 비산먼지를 발생시키지 않습니다. '공사장마다 내걸린 이 문구를 보면서 한동안 비산이 비소나 청산가리같은 화학물질인 줄 알았다. 그러니까 '비산이 들어있는 먼지를 내놓지 않는다'는 말로 생각했던 것이다. 궁금하고 걱정스러웠다. 다른 데선 저런 독성물질이 발생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어디서 생기는 걸까. 땅 속에서 나오는가,건축자재에서 배출되는가. 얼마나 위험할까. 비산(飛散)이 '날리고 흩어지다'라는 뜻임을 알았을 때의 황망함이란.노견(路肩)이 집 잃은 길강아지가 아닌 길섶 내지 갓길을 뜻하는 줄 알았을 때보다 더한 충격이었다.

'먼지를 흩날리지 않겠습니다' 정도로 하면 될 걸 왜 그토록 어려운 말을 썼나 했더니 '비산먼지' 자체가 공식 법률용어라고 했다. 공사할 때는 '비산먼지 발생 신고' 등을 거쳐야 한다고 돼 있다는 것이었다. '언제까지 이런 구닥다리 용어를 쓸 건가' 싶어 답답하더니 마침내 해결책이 나왔다는 소식이다.

법제처에서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5개년 계획'(2006~2010)에 따라 '경찰관 직무집행법''농약관리법' 등 27건의 개정법률안을 내놓으면서 비산하다를 흩어지다로 바꾼 것을 비롯,녹비(綠肥)작물은 비료작물,두수(頭數)는 마릿수,대불(代拂)은 대신 지급,열석하다는 참석하다 등으로 고쳤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게 용어뿐이랴. 문장도 이해하기 힘든 것 투성이다. 일본식 용어나 표현이 많은데다 문법에 맞지 않는 게 수두룩한 탓이다.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는 이런 문제를 해결,전문가 위주의 법률문화를 국민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계획이다.

쉽고,뚜렷하고,반듯하고,자연스러울 것이란 원칙 아래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복잡한 표현,중복돼 어색한 표현,부자연스러운 표현 모두 고친다는 목표다. '체납액에 부족한 때'는'체납액보다 적을 때','저작자의 생존하는 동안'은 '저작자가 생존해 있는 동안'으로 바꾸는 식이다.

법제처의 '법령 정비 기준'은 일반적인 글쓰기 기준으로도 훌륭하다. 중고생과 대학생에게도 널리 보급,잘못 쓰이는 글과 말이 줄어들도록 했으면 싶다. 쉽고 뚜렷하고 반듯하고 자연스러운 글쓰기 훈련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