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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창근 칼럼] 탐욕의 대가는 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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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창근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

    동네북 되어도 할말없는 은행, 시장에 맡긴 금융한계 드러나

    외환위기가 불러온 IMF(국제통화기금)체제로 우리 금융산업이 구조조정의 쓰나미에 휩쓸린 것은 1998년 6월 경기ㆍ대동ㆍ동화ㆍ동남ㆍ충청은행의 퇴출결정이 내려지면서부터다. 당시 2100여개에 달하던 금융회사 가운데 이후 890개가 사라졌다. 그때 33개였던 은행은 지금 18개만 남아 있다.

    그 지난 10년 동안 우리 금융산업,특히 은행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유독 심했던 구조조정의 아픔만큼 체질이 튼튼해지고 경쟁력이 높아졌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은행들은 오히려 금융의 공공성은 망각한 채 점차 탐욕스러운 존재로 변해갔다. 문제의식 없이 따라하기에 바빴던 미국식 '카지노 금융자본주의'가 탐욕을 정당화했고,관치(官治)의 배제,규제완화는 은행의 단기실적주의와 방만경영만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모럴해저드 또한 필연이었다. 저마다 글로벌 플레이어와 리딩뱅크를 말하며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만 키웠지 실력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지금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맞추기에 급급한 은행들의 모습이 그 증거다. 손쉬운 부동산담보대출 늘리기에 몰두하다가,그게 여의치 않게 되자 자기 은행의 안전자산을 늘려준 예금고객들을 꼬드겨 내용도 모르는 온갖 요상한 파생상품과 펀드에 가입하라며 예금을 빼내도록 했던 은행들이다. 몇 푼 수수료 따먹는 데 눈이 멀었던 까닭이다.

    튼실한 중소기업들을 여럿 말아먹고,은행들이 'S기꾼'소리까지 들어야 했던 KIKO(통화옵션파생상품)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말이 그럴듯 해 환헤지상품이지,외국 설계사들이 고안한 교묘한 투기상품이다. 그걸 앞장서 팔았던 은행들의 '사적(私的) 계약'이라는 주장은 틀린 게 없지만,"거래 은행 지점장이 몇 번씩 찾아와 가입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뿌리칠 중소기업이 우리나라에 어디 있느냐?"고 항변하는 기업인들이 많다.

    금융소비자들도 그 '탐욕의 머니게임'에 놀아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은행들의 외형확장과 실적경쟁은 누구나 쉽게 빚을 끌어 쓸 수 있게 했고,결국 아무도 부채를 겁내지 않게 됐다. 저마다 은행 돈으로 집 사고 땅 사는,투기를 권하고 빚을 권하는 사회였다. 저축의 미덕은 일찌감치 사라지고,지난 10년 가계부채는 엄청난 속도로 늘어났다. 그렇게 챙긴 이자ㆍ수수료로 은행들은 돈잔치를 벌여 왔고,지금 동네북 신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금융의 주역인 은행은 이제 금융시스템 그 자체를 마비시키는 괴물로 변했다. 시중에 풀린 돈을 빨아들여 자기들 곳간 채우기에 바쁜 자금의 블랙홀이 되면서 정작 돈이 흘러들어 가야 할 기업의 숨통을 죄고 있다. 이 지경을 만들어 놓은 은행장들,금융감독 당국은 아직 책임이 뭔지 모르고,잘못 또한 고백(告白)하지 않고 있다.

    견제받지 않고 규율이 이뤄지지 않은 탐욕은 결국 파멸을 부르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게 이미 증명됐다.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했던 미국 투자은행의 몰락이 그것이다.

    그래서 또다시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금융을 시장의 자율에 맡긴 결과가 공적자금 투입과 새로운 관치인 것이다. 금융은 경제의 혈맥(血脈)이다. 기업은 어느 하나가 망하면 다른 곳이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지만,금융은 어느 한 쪽이 마비되는 순간 잘 나가던 기업도 무너지고 멀쩡한 사람도 다 함께 망한다. 정부가 당연히 개입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70년대 신자유주의를 내걸고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칠레의 피노체트는 82년 심각한 금융공황을 겪고 난 후 모든 은행을 국유화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었다. 90년대 말 외환위기가 아시아를 휩쓴 다음 남미대륙을 강타했을 때 칠레만은 끄떡없었다. 흥미로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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