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디스플레이사장 yskwon@lgdisplay.com>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생산 현장을 둘러 보면 직원들의 모습이 활기차고 자신에 가득 차 있음을 느끼곤 했다. 그 이유는 자신들이 만들어 내는 제품이 잘 팔려 나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객들의 요구 사항을 맞추기 위해 초과근무를 하면서도 전 세계 4분의 1의 소비자들이 우리가 만든 LCD 화면을 보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충만해 있었다.

그런 행복한 시절이 바로 얼마 전이었는데 지금은 공급과잉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LCD 산업이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사이클을 가진 산업이긴 하지만 그 주기가 예전보다 짧아지고 있는 데다 갑작스런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기 침체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 물론 기업은 불경기나 그 밖의 여러 변수로 인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조직 구성원의 자신감이 아닐까 싶다. 특히 위기를 헤쳐 나왔던 경험과 성공 체험에서 나온 자신감은 위기 극복을 위한 위대한 자산이다.

미꾸라지 양식장에는 메기를 몇 마리 넣어 키운다고 한다. 천적이 없이 키운 미꾸라지는 잡아 먹힐 염려가 없으니 잘 움직이지 않아 살이 물렁해 맛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메기와 함께 키운 미꾸라지는 살아 남기 위해 열심히 움직인 결과 살에 탄력이 생기고 맛이 좋다고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위기를 겪어보지 않은 기업은 긴장감이 없고 작은 위기에도 안절부절 못하다 쓰러지고 만다. 위기는 곧 기회다. 기업에 닥친 위기는 평소 방만할 수 있는 조직을 긴장시키며,무심코 방치됐던 손실 요소를 다시 점검하게 하고,조직의 체질을 개선시켜 그만큼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업이 처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힘이 바로 조직 구성원들의 자신감으로부터 나온다고 믿는다.

일본과의 크고 작은 전쟁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이순신과 그의 군대.전력상 절대적인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이순신 군대의 강한 힘과 역동성은 일본군에 이기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와 작은 승리가 이어지면서 생기는 승리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현재의 위기만이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이 심화되면 심화될수록 위기도 그만큼 잦아지겠지만,지금까지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승리의 행복감,자신감만 있다면 위기는 언제든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자신감은 긍정의 마인드에서 비롯된다. 반이 남은 술병을 두고 '술이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술이 반 병이나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사고.현재의 상황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자신감을 키우고 서로 독려하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