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작가 김정현씨(51)가 신작 장편소설 <고향사진관>(은행나무)을 펴냈다. 이 작품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17년 동안이나 살뜰하게 보살핀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김씨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친구의 실화를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대학을 휴학하고 군복무 중이던 스물다섯살 청년 용준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아버지가 식물인간이 되면서 용준은 한 집안의 가장 역할을 떠맡게 된다. 그는 아버지의 병수발 뿐 아니라 남은 가족의 생계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더구나 피가 펄펄 끓는 청춘의 꿈을 접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갈등에 휩싸인다.

하지만 아내를 맞아 가정을 꾸린 뒤 자신도 아버지가 되면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아버지를 돌보면서 그는 '아버지가 자신의 기저귀를 갈아주었듯이 이제는 자신이 아버지에게 갚아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쓰던 사진기와 기자재,상호까지 그대로 물려받아 옛날식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아버지의 의식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쓰러진 지 17년이 지난 아버지는 결국 생을 마감하게 되고,그는 자신이 아버지를 모신 게 아니라 아버지에게 의지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매년 가정의 달에 효자로 선정됐지만 펄펄 뛰며 수상을 거부해온 용준,그런 그에게 간암 선고가 내려진다. 그는 '내가 죽으면 아버지 산소 앞에 소나무로 있고 싶다'며 수목장을 부탁한 뒤 눈을 감는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작가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40년 가까이 알아온 친구였다. 김씨는 친구의 부음을 듣고 한동안 허망해하다가 쓰던 이야기는 접어두고 친구의 삶을 먼저 쓰기 시작했다. 그는 작가 후기에 "내가 눈 감는 그 순간까지 기억하고,내 아이들의 눈을 통해 영원히 전해야 할 이야기"라고 썼다.

작가는 또 "부모는 자식 때문에 죽지 못하고 자식은 힘들 때 부모를 바라보게 되듯,가장 어려운 시기에 돌아보게 되는 존재는 부모와 자식"이라면서 "용준 같은 사람들의 삶을 통해 인생의 가치를 제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