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로 우리나라의 수출이 급감하고 있지만, 유독 TV는 되레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9.0% 감소한 290억2000만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조선산업 호황으로 선박은 33.2% 늘었으며, 가전제품도 34.4% 증가했다.

가전제품의 호조는 전체 가전 수출액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TV의 선전에 힘입은 결과다. 지난달 TV 수출은 2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2% 늘었으며, 올해 누적 수출액은 56억달러로 지난해 전체 수출액인 10억달러에 비해 5배 이상 껑충 뛰어올랐다.

삼성전자LG전자 등이 대부분 해외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실제 해외 판매액은 훨씬 큰 규모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 초 글로벌 TV 판매목표는 1800만대였으나 지난 8월 2000만대로 높여 잡았고, 현재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 삼성전자 TV 판매량인 1300만대에 비해 50% 이상 증가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침체에도 세계적인 TV 수요가 견조한 것은 브라운관에서 LCD TV로의 교체라는 큰 물줄기에 더해 중동과 중국 등 신흥시장의 부상, 디지털 방송 전환 수요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동지역은 오일머니와 호텔 등의 수요가 집중돼 아랍에미레이트가 지난달 우리나라 TV 최대 수출대상국으로 떠올랐다.

미국 지역의 경우 내년 2월로 예정된 디지털 방송 전환이 호재다. 기존 아날로그 TV로 시청하기 위해서는 별도 셋톱박스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디지털TV에 대한 매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영국은 우리나라와 같이 2012년 디지털방송 전환을 준비 중이며, 일본은 이보다 앞선 2010년 7월 디지털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전자산업진흥회 김대성 과장은 "세계적으로 40개국 가량이 디지털 방송 전환을 준비 중"이라며 "환율 효과에 더해 디지털 방송 수요 등으로 경기침체 속에서도 TV 해외 판매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로 말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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