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를 무료로 빌려주겠다고 해도 안들어오네요. "

경기도 성남시 도촌지구에서 동진프라자 상가를 분양 중인 동진개발 관계자는 17일 "내년 6월 개장하는 상가 중 4~7층 점포에 대해 1년간 무상임대 조건을 내걸었지만 경기 불황으로 반응이 썰렁하다"고 말했다. 이 시행사가 '공짜임대 상가'를 내놓은 것은 상가에 들어와서 고객 유치로 상권이라도 형성해 달라는 바람에서다.

동진개발 측은 "지난 9월 분양 시작과 동시에 '금융위기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지상 7층 24개 점포로 이뤄진 상가 중 1~2층 일부를 빼고는 분양이 안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공짜임대 상가는 대형ㆍ근린상가의 미분양 신규 점포는 물론 기존에 분양받은 상가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신촌에서 테마상가 4층 점포 2개를 1억4000만원에 분양받은 김모씨(52)는 "장사가 안돼 관리비 월 8만원만 내면 상가를 무료로 빌려주겠다고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놓았다"며 "그런데도 3개월째 임차 희망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료 공짜 상가'에도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자 '수익보장형' 방식까지 등장했다. 외환위기 당시 성행한 이 판촉 방식은 분양받은 점포에 세입자가 없어도 시행사가 일정기간 임대수익을 챙겨주는 계약이다. KCC건설은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 주상복합 'KCC웰츠타워' 상가의 지상 1~2층 점포를 매입하는 사람들에게 임대 여부에 관계없이 연 7%의 수익금을 2년간 꼬박꼬박 주기로 했다. 은평구 불광동에 들어선 '2001아울렛'과 '킴스클럽 쇼핑몰'도 내부 잔여 점포 투자자들에게 연 14%의 수익 보장을 분양 조건으로 내걸었다.

상가들의 임대료 인하도 잇따르고 있다. 용인시 동백지구 H상가는 지난달까지 보증금 5000만원,월세 230만원으로 빌려줬던 학원용 점포(실면적 231㎡)를 인테리어 시설비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임차인을 구하고 있다. 상가 주인은 석 달간 240만원에 이르는 학원 광고비까지 보조해주기로 했다. 인천 검단의 '리치웰' 상가도 고층부 클리닉용 점포의 임대료를 주변 시세보다 40~50%까지 파격적으로 낮춰 임차인을 구하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실물경기 침체로 점포 투자자들과 창업 수요가 급감하면서 상가 분양 시장이 심각한 임대 부진과 미분양 적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