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좌판은 깔아줘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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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정보기술) 강국이라는 나라에서 PC와 관련된 간단한 인증제도가 없어서 기업의 수출길이 막히게 생겼습니다. "
대덕특구 내 벤처기업인 아이디코리아의 조자룡 대표는 얼마전 황당한 일을 당했다. 70%대에 머물던 PC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의 전력효율을 86%까지 끌어올린 '능동형 컨버터' 기술을 개발,해외수출을 코앞에 두고 있었지만 수출담보 역할을 하는 국내 인증제도가 없어 수출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미국은 고유가 시대에 대비해 2006년 컴퓨터와 인터넷 장비 가운데 파워서플라이어의 전력효율이 80%가 넘을 경우 별도의 인증을 내줘 관련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80+인증제'로 엄청난 양의 PC 전력손실을 줄여나가겠다는 미국 정부가 의지가 배어있다. 이 제도는 미국에 이어 캐나다도 도입했고 EU(유럽연합)도 현재 도입을 준비 중이다.
조 대표가 능동형 컨버터 수출에 앞서 바이어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미국 바이어들은 제품의 효율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인증서를 요구해 왔다. 미국의 인증을 직접 받으면 가능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준비 중"이라고 답하자 바이어는 "한국의 인증도 유효하다"고 알려줬다. 인증을 받기 위해 이곳 저곳을 뛰어 다니던 조 대표는 중앙부처의 과장을 만났으나 씁쓸하게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 인증제도 자체가 없어 종이 한 장 받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련 기관에 가보라는 말에 부리나케 찾아갔으나 그 곳에도 제도화돼 있는 어떤 규정도 없었다.
국내에 보급된 컴퓨터 전원장치는 3000만대가 넘는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능동형 컨버터 제품을 여기에 적용할 경우 국내 총 발전량의 1.54%,금액으로는 약 4400억원어치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그만큼 화석연료 수입대체와 이산화탄소 배출감소 및 에너지 절약효과를 볼수 있다는 얘기다.
조 대표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키워드를 에너지 절약에서 찾으려면 정부가 에너지 절약기술에 필요한 제도와 규정을 하루빨리 마련하는 등 기업보다 발빠르게 움직여야 하지 않느냐"며 아쉬워했다. 진정한 IT강국이 되려면 국내에서 보유한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관련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들렸다.
백창현 대전=사회부 기자 chbaik@hankyung.com
대덕특구 내 벤처기업인 아이디코리아의 조자룡 대표는 얼마전 황당한 일을 당했다. 70%대에 머물던 PC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의 전력효율을 86%까지 끌어올린 '능동형 컨버터' 기술을 개발,해외수출을 코앞에 두고 있었지만 수출담보 역할을 하는 국내 인증제도가 없어 수출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미국은 고유가 시대에 대비해 2006년 컴퓨터와 인터넷 장비 가운데 파워서플라이어의 전력효율이 80%가 넘을 경우 별도의 인증을 내줘 관련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80+인증제'로 엄청난 양의 PC 전력손실을 줄여나가겠다는 미국 정부가 의지가 배어있다. 이 제도는 미국에 이어 캐나다도 도입했고 EU(유럽연합)도 현재 도입을 준비 중이다.
조 대표가 능동형 컨버터 수출에 앞서 바이어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미국 바이어들은 제품의 효율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인증서를 요구해 왔다. 미국의 인증을 직접 받으면 가능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준비 중"이라고 답하자 바이어는 "한국의 인증도 유효하다"고 알려줬다. 인증을 받기 위해 이곳 저곳을 뛰어 다니던 조 대표는 중앙부처의 과장을 만났으나 씁쓸하게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 인증제도 자체가 없어 종이 한 장 받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련 기관에 가보라는 말에 부리나케 찾아갔으나 그 곳에도 제도화돼 있는 어떤 규정도 없었다.
국내에 보급된 컴퓨터 전원장치는 3000만대가 넘는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능동형 컨버터 제품을 여기에 적용할 경우 국내 총 발전량의 1.54%,금액으로는 약 4400억원어치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그만큼 화석연료 수입대체와 이산화탄소 배출감소 및 에너지 절약효과를 볼수 있다는 얘기다.
조 대표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키워드를 에너지 절약에서 찾으려면 정부가 에너지 절약기술에 필요한 제도와 규정을 하루빨리 마련하는 등 기업보다 발빠르게 움직여야 하지 않느냐"며 아쉬워했다. 진정한 IT강국이 되려면 국내에서 보유한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관련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들렸다.
백창현 대전=사회부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