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집값 하락에 맞춰 추진하겠다"
재정부 "그럴 계획 전혀 없다" 일축


전국에서 유일하게 '투기지역'으로 남아 있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해제 여부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국토부가 강남 3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재정부가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고 일축하고 나선 것.이에 대해 부처간 이견 조정도 안된 정책이 흘러나오면서 국민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17일 '집값 하락추세에 맞춰 강남 3구를 투기지역 및 투기 과열지구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국토부의 방침이 보도되면서부터.국토부 관계자는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를 다음 주 있을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시킬 계획"이라며 "강남 3구 투기 지역 해제 문제를 재정부와 협의했더니 '재정부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끝나는 18일 이후에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아파트를 살 때 적용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등 대출 규제가 해제되고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리면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의 전매가 가능해진다.

이 같은 내용이 전해지자 투기지역 해제의 최종 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재정부는 "사실무근"이라고 펄쩍 뛰었다. 김동수 재정부 1차관은 한 케이블방송에 출연해 "강남 3구는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올랐고 다른 지역 주택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투기지역에서 해제하는 문제는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현 단계에서 해제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토부가 논의도 안됐고 방침도 정해지지 않은 내용을 밝혀 분란만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확산되자 국토부는 강남 3구를 내년 초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해제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투기지역도 함께 해제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한 발짝 물러섰다. 그러나 국토부 내부에서는 '재정부가 왜 과민반응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착륙이 우려될 만큼 부동산 시장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가 필요한데 재정부가 왜 몸을 사리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부동산과 같은 중요한 정책을 놓고 부처끼리 딴 목소리를 내면서 정책에 대한 불신만 높아지고 있다.

김문권/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