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7일 알제리 오란에서 총회를 열어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하루 220만배럴을 감산키로 합의했다. OPEC의 감산 소식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WTI 기준)는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전망으로 하락했다.

OPEC 장관회의에 참석한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년 1월부터 석유 생산량을 사상 최대 규모인 하루 220만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OPEC이 1982년 생산 쿼터제를 도입한 이후 단일 결정으로는 최대폭의 감산이다.

비(非) OPEC 회원국인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도 각각 하루 30만배럴씩 석유 생산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의 감산량까지 합치면 원유 생산량은 하루 280만배럴가량 줄어들게 된다. 전 세계 산유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OPEC의 기존 생산 쿼터는 하루 2730만배럴이었다.

OPEC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유가가 가파르게 하락하자 대규모 감산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가가 지난 7월 고점(147.27달러)을 찍은 후 5개월 새 70% 폭락하면서 석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이지리아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등은 수익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왕은 원유 가격이 75달러 선에서 거래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었다.

피터 뷰텔 카메룬 하노버 애널리스트는 "이번 감산량 220만배럴을 포함하면 올해 전체 감산 규모는 하루 420만배럴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게빈 노리시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원자재 담당 애널리스트는 "지나치게 원유 생산이 줄어들어 유가가 내년 하반기쯤 다시 큰 폭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OPEC의 감산 결정 직후 서부텍사스원유(WTI) 1월물은 전날보다 0.4%가량 떨어진 배럴당 43.42달러에 거래됐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