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비정상적인 환율 상승으로 야기된 기업들의 원화 환산 손실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올해 상당수 기업이 양호한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 환율 상승으로 원화 표시 외화부채가 커져 재무제표상으로 적자 결산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18일 이같은 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회계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회계장부를 원화가 아닌 달러 기준으로 작성하는 기능통화회계제도를 조기에 도입하고 자산 재평가와 금융상품 환산손익의 자본항목 처리 등을 허용하기로 했다.

기능통화회계제도를 도입하면 외화부채나 외화자산이 많은 기업은 원화가 아닌 달러로 회계장부를 작성해 원화 환산 손실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달러 채무를 원화로 바꿔 기재해 원화 환산 평가손실액이 급증한 해운업체나 항공, 철강, 음식료 등 업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말에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자산재평가 제도를 다시 도입하면 기업들은 토지, 건물, 기계장치 등의 자산을 시가로 반영해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

금융상품의 환산 손익을 자본항목으로만 처리하고 손익에서는 제외하면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회계기준이 덜 엄격한 비상장 중소기업의 경우 회계처리 특례를 허용해 외화 자산이나 부채 환산 때 기준 원달러 환율을 지난 6월 말 원달러 환율인 1032원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회계제도가 개선되면 기업들의 환차손으로 인한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금융위의 설명이다.

한편 올해 흑자 매출을 올리고도 환율 상승으로 '흑자부도'를 내는 기업이 급증하고, 연말 적자 결산에 대한 우려로 말미암아 많은 기업들이 대외 신인도 추락으로 자본 조달과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산총액 기준 30대 그룹 계열 상장사(금융회사 제외)들의 환차손만 올들어 9월까지 10조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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